아무튼, 농막
198화 : 첫 농사 수입금과 농부의 자축
태즈매니언
2025. 3. 8. 22:54
<아무튼, 농막>
198화 : 첫 농사 수입금과 농부의 자축
이제 완연한 봄느낌이라 신나는 주말입니다. 열흘 후면 병아리가 부화될 예정이니 실내에서 키우는 육추기간을 생각하더라도 슬슬 실버 레이스드 오핑턴 닭들이 살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작년에 분리사육용으로 만든 닭장이 있긴 한데 여러 마리가 계속 지내기에는 너무 비좁을 것 같아서 이 곳은 알둥지나 눈과 비를 피하는 실내 공간으로 두고, 넓은 치킨런 공간은 따로 붙여주려고 합니다.

우선 족제비같은 천적한테서 안전하도록 닭장 아래를 파서 2단으로 벽돌을 깔아 줍니다. 혹시 해체해야 할 수도 있으니 몰탈은 사용하지 않고요. 목재를 대놓고 파도 줄맞추기가 쉽지 않네요. 엉덩이방석이 있어도 쪼그려앉아서 하는 작업은 역시 힘들어요.



닭장 바닥공사로 오전을 다 보내고 점심은 밭에서 뜯은 어린 봄동잎을 넣은 인스턴트 칼제비로 해결했습니다.

제 밭에 가시없는 복분자(블랙베리)나무가 9그루 있는데 작년에 수확해보니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서 좀 줄이려고 당근에 4년된 결실주 복분자 그루당 2만 원씩에 판다고 올렸더니 계속 문의가 오네요. 작년에 수확한 사진과 생과, 잼, 담금주 만든 사진들을 함께 올려서인 것 같습니다.

두 그루씩 세 분께 팔아서 12만원을 벌었네요. 한 분은 근처에서 작년부터 농막을 하신다고 해서 농막생활 팁도 전수하고 갓 낳은 삼색란도 드렸더니 엄청 좋아하시네요. 닭을 키우고 농사지어서 선물만 했지 돈을 벌어본 건 처음입니다. ㅎㅎ


게다가 제 밭 복분자를 3그루로 줄이면서, 그만큼 다른 나무를 심을 공간을 확보했고요. 대봉감나무가 자랄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사먹기 힘든 왕산딸기 나무 묘목을 세 그루쯤 사서 심으려고 합니다.
몇 달만에 밭일을 하니 땀이 계속 나고 온몸이 쑤시네요. 마침 농막으로 기다렸던 택배가 오면서 날짜를 맞춘 것처럼 셀프선물들이 드래곤볼처럼 완비가 되었습니다.
만듬새는 허접해보이지만 십만원도 안하는 중국산 화목아궁이, 어제 당근에서 3만원 주고 산 접이식 욕조와 무쇠 가마솥, 급식소용 특대형 국자가 있으니 꿈꾸던 걸 해볼 수 있네요.


바로 야외 욕조! 온실에서 말린 장작들로 불을 피우고 가마솥에 물을 가득 담아서 펄펄 끓입니다. 욕조에 들어가면 장작을 추가할 수 없으니 충분히 뜨거운 온도로 올리다보니 물을 여러 솥 끓여야 하네요.


준비가 되고 챙겨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욕조로 입수! 추가 장작도 손을 뻗으면 닿는 자리에 쌓아놓고, 물호스도 손에 잡히는 곳에 놓습니다. 급식소용 특대형 국자를 산 이유는 가마솥에서 바로 뜨거운 물을 셀프로 추가해서 온도를 유지하려고 한 거였고요.
두 시간 정도 달과 별을 보면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하루 일의 피로가 풀립니다. 저렴한 제품이지만 덮개도 있어서 물이 식는 속도도 늦춰주고요.

제가 갖고 싶은 야외욕조는 네덜란드의 벨테브레에서 만든 우아하고 편리한 4인 욕조지만, 이건 거의 천만 원짜리인데, 제가 만든 원시적인 1인 욕조는 가마솥까지 20만 원 밖에 안들었어요.

(199화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