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패션&인테리어

[이승현] 빈티지 홈 살아가기(2025)

태즈매니언 2025. 4. 12. 21:49

 

도쿄에서 상업공간 디자이너로 일해온 저자가 결혼을 위해 귀국해서 남편과 함께 어떤 집에서 살고싶은지 고민하고 실현한 과정을 정리한 에세이입니다. 독립출판으로 나온 책인데 아내 덕분에 보게 되었네요.

저자는 수원화성 옆 행궁동에 있는 1993년에 지은 2층 구옥을 사서 고쳤고, 집 근처의 50년된 다섯 평 원룸을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이미 정점을 지났고 중위연령이 계속 올라가는 사회가 되었으니 곧 매매차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아파트불패 신화가 깨지겠죠. 그러니 주거도 각자 자기 주머니사정 안에서 접근가능한 구옥의 매력이 부각되는 사회가 되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인도 집꾸미기는 처음이라지만 어머니께서 앤티크 샵을 운영하셨고, 지금도 프리랜서 공간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분이시라 구옥을 고쳐서 자기 취향에 만든 집으로 꾸미려는 분들께 참고가 될만한 좋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십니다. 텀블벅 패키지로 구매하면 '나를 닮은 공간 만들기'라는 체크리스트 리플렛도 제공해주니 구옥 수선하실 분은 이걸로 사셔요.

저는 신축아파트에 프리팹으로 만든 농막이라 집 자체는 모두 신축이지만 빈티지 가구와 소품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많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직접 그린 스케치들까지 곳곳에 등장해서 눈을 즐겁게 해주네요.

전 저자분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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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쪽

현관은 나을 맞아주는 첫 번째 장소다. 지친 하루의 끝에서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는 공간인 것이다. 작은 소품 하나, 따뜻한 조명 하나가 만들어내는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조명과 정돈된 공간이 반겨준다면, 그 자체로 하루가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138쪽

책장은 직접 만들었다. 방 크기에 맞춰 자른 목재와 시멘트 블록만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방식은 일본에서 나 혼자 살 때부터 여러 번 이사를 다니며 터득한 나만의 방법이다. 공간에 맞춰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174쪽

식물을 가까이 하게 된 건 오랜 1인 가구 생활을 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집들이 선물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들여놨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존재감은 점점 더 커졌다. 집 안에 나 외에 살아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상하게 위안이 되었다. 말도, 움직임도 없지만, 감정적 교감은 충분히 가능했다.

199쪽

내가 선택한 빈티지 라이프는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시간이 깃든 것에 가치를 두는 삶이다.
(중략)
빈티지 라이프는 어렵지 않다. 오래된 물건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그것이 품고 있는 시간과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 그렇게 나만의 빈티지 라이프를 만들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