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김경인] 나이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2025)

태즈매니언 2025. 6. 21. 10:24
 
앞으로 15년쯤 후에는 제 문제가 될 일이고, 제 목표가 최대한 오래 제 집에서 살다가 죽는 것이기에 평소에 관심있었던 주제입니다. <공간혁명>을 읽고서 신기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미 신경건축학 전문가가 계셨었다니.
일본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70~80대 고령자들의 인구구조상 비중이나 일터에서의 빈도 등으로 인해 화장실이나 근린공원 등의 공중공간에서 고령자들의 신체적 능력과 불편함을 배려한 공공디자인과 시설물들을 인상깊게 봤었습니다. 교토대학교에서 공부하시고 오신 분이라 일본의 사례들을 많이 소개해주시네요.
실버타운 입주를 왜 추천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견도 공감할 수 있었고, 우선은 노인이 거주하는 집부터, 그 다음으로는 노인들의 활동공간인 도시나 마을의 공용공간과 커뮤니티시설을 어떻게 바꿔야할지에 대한 제안들도 동의합니다.
저자께서는 2014년에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는 책을 쓰셔서 학교의 건축디자인을 비판하시며 바꾸자고 하셨던데, 현실로 그다지 반영된게 없는 것 같습니다. 저자 분이 건축사 자격도 있으셔서 실제로 고령자 주택이나 데이케어센터 건물 프로젝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더라면, 아니면 대학교수로 안착해서 스피커를 쥐었더라면 초고령사회에 맞는 공간 솔루션을 좀 더 현실로 관철시킬 수 있지 않았나 싶어 아쉽네요.
이 다음 책에서는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의 공간적 특성에 맞는 고령자 주택이나 커뮤니티센터의 공간유형을 평면도 등을 통해서 제안해주시면서 이 책 말미에 나온 것처럼 지속적으로 세대간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을 디벨로퍼의 관점을 반영해서 제안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는 치유농업의 신체적 정신적 효과를 높이 평가하다보니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된다면, 도시 근교의 농촌마을에 거주하는 것도 괜찮아보이는데, 노후 귀촌자가 시골에서는 기존의 마을회관이나 주민들 모임 외에 커뮤니티활동을 하는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세종시의 복합커뮤니티센터는 저자가 제안하는 복지시설의 복합화의 좋은 사례이긴 한데, 특별회계 재원으로 만들어진 신도시가 아닌 기존의 도시나 마을에서 어떻게 설치하고 운영비용을 부담할지 가늠이 안됩니다.
이 책에서는 투입되는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데이케어센터 등을 실제로 운영 중인 분의 입장도 들어보고 싶고요.
저는 가급적이면 노인들 자신의 참여와 노동으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시설이나 공간을 확보하도록(자신들도 일부 건축 및 유지관리비용을 지불하고)하는 것이 그 공간에 애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인센티브라 생각이 되어서요.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가까운 거리는 걸을 수 있는 이동능력과, 장을 봐오고 간단한 한 끼식사를 준비하는 인지능력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옷을 벗고 입을 수 있어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할 수 있는 나이까지만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나거나 존엄사를 선택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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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람들에게 집을 떠난다는 것은 그저 장소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과 기억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59쪽
벤치가 없는 것은 노인에게 신체적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쉬어갈 곳이 없다면 피로를 우려해 외출을 꺼리게 되고, 외출 빈도가 줄어들면 신체 활동이 감소하여 근력이 약해지고, 정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외출은 노인에게 사회적 교류와 정서적 안정을 주는 중요한 시간이다.
69쪽
아파트 단지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필수적으로 설치되지만, 실제 이를 이용하는 어린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늘어나는 노인의 수에 비해 노인이 운동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은 거의 없다.
93쪽
이러한 분리 구조는 각 시설을 특정 집단만을 위한 배타적 공간으로 만들어 다른 집단에게는 불편하고 거리를 두고 싶은 장소로 인식되게 한다. 결과적으로 복지시설은 지역 사회로부터 소외되면서 혐오시설로 여겨지기 쉽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지시설의 복합화가 필요하다. 복지시설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105쪽
고령자가 가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면 장기 요양시설 입소자를 줄일 수 있어 사회적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재가 서비스와 방문 의료를 통해 고령자가 집에서 자율성을 유지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더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된다.
146쪽
(일본의 요양시설은) 1990년대부터 1인실이 도입되었고, 2003년부터는 1인실이 의무화되었다. 자신의 공간이 침대에서 침실이 된 것이다. 1인실은 입소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고, 맞춤형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181쪽
순환 산책로는 하루 30~40분 정도로 완주할 수 있는 1,000~2,000m의 길이로 설계하는 것이 적당하다. 이 정도 길이는 노인이 반복해서 걸을 수 있는 거리로, 꾸준히 신체 활동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6쪽
셰어 가나자와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세대 간 봉사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를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곳에 입주한 학생들은 저렴한 임대료 혜택을 받는 대신, 단지 내 어린이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매월 30시간의 봉사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세대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며 자연스럽게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단지 내에 입주한 외부 사업자들도 지역 사회와의 유대 강화를 위해 최소 1가지 이상의 지역 공헌 활동을 자발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223쪽
복합화된 복지시설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온천, 식당, 까페 등 상업시설을 함께 운영하면 주민들의 자발적인 방문이 늘어나며, 이는 수익 창출로 이어져 시설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특정 계층에 한정된 기존의 복지시설과 달리, 복합공간은 모든 주민이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 안정성과 사회적통합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