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중국소설

[쯔진천/최정숙 역] 동트기 힘든 긴 밤(2017)

태즈매니언 2025. 6. 29. 21:43

 

용감하게도 중국 공산당의 부패를 파헤치는 검찰과 경찰, 법의학자를 다룬 사회파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보게 되었는데요. 중반부터는 몰입도 되고 해서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도 찬호께이의 작품처럼 절로 감탄하게 되는 정교한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피고인'을 '피고'라고 표기하는 등 기초적인 형사절차의 법률용어를 틀린 번역도 아쉽고요.

똑똑하고 시니컬한 등장인물들이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올바로 판단해줄거라는 맹목적인 기대를 버리지 않는 묘사나, 시진핑의 정적이었던 저우융캉와 왕치산을 연상하게 하는 결말부분이야 중공의 검열 하에서 사회고발적인 소설을 출간하기 위한 작가의 고충이라고 이해할만한 수준이었고 특별히 시진핑을 찬양하고 있다는 느낌은 안들었습니다.

장야난명 끝에 결국은 빛이 밝아오긴 했지만, 그 긴 밤 동안 진실을 찾고 알리려고 했던 이들에게 국가가 내린 처분, 판결, 형벌과 징계처분 등은 취소되지도 않았고, 복권도 없었다는 게 현실적이었고요.

하지만, 작가 쯔진천이 홍콩 우산혁명 시위대 등에게 했던 발언들을 보면 실망하게 되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중반에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 성폭력이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이 있었으니 이 소설을 JTBC에서 16부작 드라마로 만들만 했다고 보는데요. 그래도 원작의 설정들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면 여론의 압력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들었을 것 같아서 드라마 제작 중 촬영을 중단하고 포기한 결정이 이해가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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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쪽

예전에는 이 하늘이 검은 보석처럼 평온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없이 어두컴컴해서 한 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