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김태훈 역] 그개는 무엇을 보았나(2009)
말콤 글래드웰이 쓴 <블링크>와 <그개는 무엇을 보았나>를 산 게 작년말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야 한 권을 읽었다. <Dog Whisperer>로 유명한 세사르 밀란의 이야기에서 따온 제목이었군. 이 책으로 묶인 글래드웰의 기사들은 모두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어보기를 시도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나심 탈렙의 투자전략에 대한 기사는 탈렙의 투자철학의 핵심을 어찌나 간결하게 요약했는지 얼마전에 읽었던 그의 책들을 떠올리며 탄복할 지경이었다. 역시 기자는 똑똑하고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해야하는 직업이구나. 다루는 소재들도 흥미로운 게 많지만 생각을 풀어내는 방식의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찾고, 사례를 가지고 구체화하는 방식의 글쓰기라면 어느 영역에서 일하건 누구에게나 인정받지 않을까. 이 책 자체가 글래드웰이 15년 동안 썼던 기사들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19개의 기사들이라 감탄하는게 당연하기도 하겠지만.
자동차 정기검사를 통한 배기가스 배출량 검사가 민주적이고 사람들의 도덕관념에 잘 맞기는 하지만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건 알겠는데 왜 과속이나 음주단속처럼 랜덤 스크리닝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할지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
83쪽
켈러의 말에 따르면 네 살배기는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정할 수 없다. 하지만 케첩을 얼마나 먹을지는 혼자서 정할 수 있다. 케첩이 자신에게 맞춰 음식을 먹는 경험을 제공하는 셈이다. 결국 하인즈는 물렁한 플라스틱을 써서 쉽게 쥐어짤 수 있는 원뿔형 용기를 개발했다. 그 결과 새 용기를 쓰는 가정에서 케첩 소비가 최대 12%나 늘었다.
122쪽
50명의 청중 가운데 25명이 물건을 사려고 앞으로 나오면 뛰어난 판매인은 20명에게만 물건을 판다. 나머지 5명에게는 "잠깐만요.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라고 말한 다음 약간 내용을 바꿔 홍보를 반복한다. 그러면 남은 5명 주위로 다시 사람들이 모여든다.
205쪽
멱함수분포를 보이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규분포를 보이는 사회문제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즉, 극단적인 사례에 속하는 대상자는 정부지원에 '의존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체제 밖에서 떠돌던 사람들을 끌어들여 삶을 재건하도록 감독할 수 있다.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일이 까다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정책은 매우 합리적이다. 그러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 형평성에 어긋나 보인다.
411쪽
물론 모든 기업이 구조적 면접을 실시하도록 설득하기는 어렵다. 구조적 면접은 매우 무미건조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채용은 개인과 회사가 인연을 맺는 낭만적인 과정이며 면접은 성적 요소가 빠진 데이트와 같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다. 설령 그 인연이 잘못된 만남으로 끝날 위험이 높더라도 말이다. 면접관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헛된 약속과 다를 바 없다. 반면 구조적 면접은 중매결혼을 위한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정보만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