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2018)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님의 칼럼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올해 '교양 의자'라는 부제로 엮어져서 나왔구나. 일본 사람들이 쓴 책들 밖에 없었는데 반갑다. 조곤조곤한 해요체의 말투도 정겹고. 체코 할라발라의 이지 체어가 빠진 건 좀 아쉽네.
아파트 거실을 소파와 대형 TV가 차지한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만큼 의자에 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도 점차 올라가지 않을까? 요즘 유럽에서 컨테이너째로 가구를 들여다가 파는 빈티지가구 셀러들이 늘어난 느낌이다.
저자는 가구 중에 의자마큼 창조적 가능성이 고갈되지 않는 물건이 없으며, 이런 이유로 디자이너의 창의설을 가늠하기 가장 좋은 아이템이라고 말한다.
원목가구같은 경우에 의자처럼 품이 많이 들어가는데도 고객들은 지갑을 열기를 아까워하는 품목도 없으리라. 동남아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대량생산된 디자이너 작품 카피의자들이 워낙 싸게 들어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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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쪽
그릇과 옷, 칼, 숟가락 같은 인류의 온갖 도구는 쓸모라는 목적으로 태어나 점차 지위의 상징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찾아가고 있어요. 이와 달리 의자는 단지 지위를 표시하는 상징물로 태어나 완전히 실용적인 물건으로 바뀐 독특한 사물입니다.
106쪽
합판을 자유롭게 곡선으로 구부리는 곡목 기술은 이미 1930년대에 핀란드의 알바 알토가 발전시켰습니다. 단, 그의 곡목 기술은 2차원에 한정된 것이었죠. 3차원의 합판 면을 프레스로 눌러 자유롭게 성형하고 이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은 임스 부부가 완성한 것입니다. 1941년에 이들은 미국 해군에게 의뢰받아 2차 세계대전의 부상병을 위한 부목과 들것을 제작하는데요, 이를 통해 3찬원 성형 합판 기술의 노하우를 쌓게 됩니다.
182쪽
근대적 의미는 최초의 가구 회사가 1849년 설립된 게브뤼더 토넷입니다. 오스트리아인 미하엘 토넷은 증기의 열로 나무를 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얻었죠. 토넷이 개발한 기술은 정확한 치수로, 일관되게 나무를 휘게 하는 기술이었죠. 게다가 아무런 기술이 없는 노동자도 쉽게 할 수 있었고요.
190쪽
허먼 밀러는 1923년에 드 프리(Dirk Jan De Pree)가 회사를 인수하기 전까지 스타퍼니처라는 회사였습니다. 회사 인수에 장인의 도움을 받아서인지, 회사 이름을 장인의 이름인 허먼 밀러로 바꾸었죠. 그러다 1945년, 유럽 유학파 건축가 조지 넬슨을 디자인 디렉터로 임명했는데 넬슨은 미스 반 데 로에, 르 코르뷔지에의 사상을 열심히 전파했어요. 결국 허먼 밀러도 유럽 모더니즘의 영향 아래 있었던 셈이죠.
194쪽
비트라(Vitra)는 빌리 펠바움이 1934년 스위스의 작은 도시에 낸 상점이었습니다. 그러다 미국을 방문한 펠바움이 찰스와 레이 임스의 가구를 보고 매료돼 그들의 가구를 생산하는 허먼 밀러로부터 유럽 판권을 얻으면서 가구 회사로 출발하게 되었죠.
228쪽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39살에 소아마비를 앓은 후 죽을 때까지 다리를 쓰지 못했는데, 대통령 직무 기간 중에는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겼습니다. 대중 앞에 나설 일이 있을 때는 바지 안에 쇠로 만든 버팀대를 넣고 한 손은 지팡이에, 다른 손은 보좌관의 팔에 의지한 채 간신히 서 있었다고 하네요. 특히 휠체어에 앉은 모습을 절대 노출시키지 않으려 했기에 그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진은 딱 3장만 존재합니다.
232쪽
조선 시대에는 극단적으로 다른 두 종류의 의자만 존재했어요. 하나는 임금이나 관리를 위한 권력의 의자, 다른 하나는 고문을 위한 실용적인 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