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독립서점 <고호의 책방>에서 사온 책으로 올해의 독서를 마감합니다.
싸라기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조용한 겨울날씨에 맞는 차분하고 겸손한 책을 잘 골랐네요. 국내에 같은 분야 연구자가 손가락을 꼽을 정도인 달과 행성을 연구하는 천문학자의 생활에 대한 부분은 직업에세이에 해당하겠고, 대학과 출연연에서 정규직 트랙을 타지 못한 여성 연구자(그것도 엄마인)가 경험하고 느끼는 부분들에 대한 내용들이 더 와닿았습니다.
당장 제 직장에서 매일 목례로 스쳐가는 연구자들 중에서도 같은 상황인 분들이 많은데 정작 이렇게 거리를 두고 볼 때만 느끼게 되네요. 우리나라 유일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겪고 감내해야 했던 부당한 말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주시는 부분들을 읽고 부끄러웠습니다.
힘을 주어 말하고 싶은 주장들이 있었을텐데도 보여주기, 혹은 설명하기로 독자들이 느끼고 스스로 생각할 부분으로 남겨두는 글들을 읽고 나니 속이 확 풀리고 소화가 잘되는 좋은 영양죽을 딱 적당하게 먹은 느낌입니다.
뉴스에 '학위'와 '논문'이 등장할 때는 인류의 지식을 한 뼘이라도 넓힌 이를 소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매력자본을 부적절한 방법으로 취득한 이들의 소식인 시절에 '연구'와 '과학자'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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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학번에 상관없이 비정규직 연구자들은 일명 '학문후속세대'에 속하는 '젊은' 과학자로 분류된다.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달에 사람을 보낸 것도 미항공우주국의 연구원이나 미국의 납세자가 아니라, '우리'인류인 것이다. 그토록 공들여 얻은 우주 탐사 자료를 전 인류와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은 그래서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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