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2008)
저녁별, 들길, 강둑, 칼, 노을, 새.. 피라미들처럼 활개치는 시어들에 그물질하다가 낚아 올린 정호승 시인의 시 몇 편.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 번 핥다가 그만들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 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 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통닭이 내게 부처가 되라고 한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통닭을 먹으러 전기구이 통닭집에 갔더니 뜨거운 전기구이 오븐 속에 가부좌하고 앉아 땀을 뻘뻘 흘..
독서일기/시
2014. 1. 9.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