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집어들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저자들은 자신들의 백악관소식 일간 뉴스레터 <폴리티코 플레이북>이 반향을 일으키자 정치뉴스 전문매체 <폴리티코>를 창업했고, 2016년 뉴스레터를 전문으로 하는 악시오스(
Axios.com)를 창업해서 운영 중인 미디어 사업가더군요.
2022년에 5.25억불에 M&A를 성공해서 현재 6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고, AI기반으로 사내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하는 분할회사인 Axios HQ도 있다고 하고요.
책을 쭉 읽고서 Axios가 제공하는 뉴스레터들을 몇 개 읽어보니 이 책에서 말하는 '스마트 브레비티'가 무엇인지 책보다 잘 와닿네요.
회사 홈페이지의 메니페스토를 보면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들인데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의 품질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 장담할 수 있었겠죠.
한국의 미디어시장에는 '스마트 브레비티'에서 스마트는 떼어버린 클릭유발형 허섭스러운 아티클들이 넘쳐나는데, 이는 언어로 인한 시장의 크기와 함께 제대로 된 뉴스레터에 돈을 쓰지 않은 소비자들 탓도 있을 겁니다.
업무와 관계없이 제가 구독하는 국내 뉴스레터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이슈와 논점>, 은퇴한 기자 본인의 정치칼럼과 그날의 추천칼럼으로 구성된 <이충재의 인사이트>, 나라살림연구소의 <나라살림레터> 3건이네요.
과연 <오마이뉴스>와는 성격이 다른 온라인 뉴스레터 기반 신문사 모델이 우리나라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이 책을 번역하신 윤신영, 김수지님 모두 얼룩소의 에디터셨는데, 얼룩소의 시도가 악시오스처럼 이어지지 못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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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새롭고 깨달음을 주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런 정보가 큰 맥락에서 "왜 중요한지" 설명해 주기를 원한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대화 중 "깊이 알아보겠다"는 시각적, 언어적 신호를 보낸다.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을 때, 우리에겐 서로를 지루하지 않게 해 주는 사회적 단서가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네가 날 좋아했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했던 말을 반복하지 않는다. 화려한 단어도 사용하지 않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도 말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키보드 앞에만 앉으면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반복한다.
인터뷰를 하거나 사건을 취재한 후 편집자나 룸메이트, 또는 연인에게 전화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보라. 그게 여러분의 첫 문장이다. 언.제.나.
글을 짧게 쳐냈는데, 때로는 수백 단어가 잘려 나갔다. 그런 뒤 담당 기자에게 빠진 게 있는지 찾아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경우, 그걸 찾은 사람은 없었다.
소셜 미디어 피드를 내릴 때보다 더 다윈주의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없다. 이메일에서 몇 초 안에 주목을 끌어야 한다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서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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