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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치앙 살가두, 이자벨 프랑크/이세진 역] 세바스치앙 살가두,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2013)

독서일기/사진

by 태즈매니언 2016. 9. 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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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주간지 기자 이자벨 프랑크가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나는 살가두를 2014년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제네시스:세상의 소금>으로 처음 알게되었다. 이 책은 좋은 분께 나눔받아 알게 되었고. 


따라서 살가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그의 사진들을 알거나 <제네시스:세상의 소금>을 한 번 본 사람에게 추천한다.

 

브라질 좌파 출신 프랑스 이민자라는 여건. 법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국제기구 근무자에서 120개국 이상에서 작업을 해본 전문 사진작가로서의 커리어. 그리고 고향땅으로 돌아와 지내는 현재의 모습. 20세기의 절반부터 지금 현재까지를 살아낸 그의 이력과 태도에서 The old man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고국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탈출성 유학을 떠났던 살가두의 잘풀린(?) 상황과 <페르세폴리스>의 마르잔 사트라피의 케이스가 대조해보면서 역사가 개인의 삶에 드리우는 제약조건들을 체감했다.


심술궂지만 지금의 살가두가 룰라나 지우마 호세프같은 옛동지들의 실패와 브라질의 경제상황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살짝 궁금해진다.(이미 그런 쪽엔 관심이 별로 없을듯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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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쪽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여러 회에 걸쳐서 사진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을 작업하는 게 좋다. 나비처럼 이리저리 쏘다니며 여러 가지 주제들 사이를 널뛰는 것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5~6년씩 깊이 파고드는 게 좋다.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은 단 하나, 같은 장소에 여러 번 가보는 것뿐이다. 사진가는 그러한 변증법을 통해서 진정을 본다. 나는 40년을 넘게 그런 식으로 일해왔다. 그로써 나의 작업은 일관성을 띠게 되었다.

 

195쪽

 

아날로그 시대에는 코다크롬 필름으로 컬러 작업을 할 때면 파란색과 빨간색이 지나치게 선명하고 고운 나머지 사진이 담고 있는 감정보다 앞선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하지만 흑백 사진의 미묘하게 명함을 달리하는 그 회색들로는 색체없이도 인물들의 치밀함, 그들의 태도에 눈빛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흑백 사진을 바라볼 때 그 이미지는 우리 가슴에 파고든다. 우리는 그 이미지를 소화하고 무의식적으로 채색한다. 흑백의 이미지라는 이 추상화는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이에게 동화되고, 그의 것이 된다.

 

나는 흑백 사진의 힘이 참으로 비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에 바치는 경의조차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흑백을 선택할 수 있었다. 자연을 그런 식으로 촬영하는 것이 내게는 자연의 개성을 드러내고 자연의 존엄성을 부각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였다.

 

나는 모든 것을 흑백으로 느낀다. 그게 나의 취향, 나의 선택이자 나의 제약이고, 시시때때로는 나의 난관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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