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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존 파워스/성문영 역] 왕가위 WKW(2016)

독서일기/영화

by 태즈매니언 2020. 8. 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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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별다른 흥미가 없고, 지금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좋아하지만, 내가 아시아 문화에서 현대의 최첨단을 느낄 수 있었던 첫 경험은 1994년에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重慶森林)을 봤을 때였다.

 

왕가위 감독이 1997년 홍콩의 중국반환 전에 찍었던 영화들을 통해서 서구에 대한 아시아인의 문화적 컴플렉스를 털어버릴 수 있었고, 어서 촌스런 한국에도 찾아왔으면 하는 근미래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며 그의 영화에 열광했었다.

2010년 이후로는 그에 대해 잊고 살았는데, 우연히 이 책을 발굴해준 후배님 덕분에 왕가위 감독의 개인사와 영화제작 후기들을 눈으로 핥듯이 보며 금요일 밤을 보냈다.

 

서울에게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제국의 지위를 물려준 선배격인 홍콩의 황금기 모습, 세계 최고수준의 영화감독은 천재성과 단련된 실력에 더해 얼마나 혹독한 노력과 운이 필요한지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책값이 4만 8천 원이나 하고 판형이 A4 사이즈 보다도 크다보니 보관하기도 고약스러운 책이지만 '왕가위의 영화 인생을 집약한 단 한 권의 책'이라는 뒷표지의 광고문구처럼 언론 인터뷰를 잘 하지 않고 공개된 자리에서 절대 선글래스를 벗지 않고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는 왕가위가 이렇게 자신의 개인사를 오픈할 일은 다시는 없을 것 같다.

 

인용하고 싶은 부분들이 정말 많지만 책의 내용을 오픈하는 것은 왕가위 감독이 이 책을 허락한 뜻과 맞지 않을 것 같다.

반 년 전에 한남동의 빈티지가구점에서 60년대 덴마크의 티크 트롤리를 샀는데 이 위에 올려놓을 물건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올려둘 책을 찾았다. 세기말, 내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장식품이 될 듯.

 

상스럽고 무례한 중화주의로 오염되기 전의 홍콩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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