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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 로마문명 한국에 오다(2014)

독서일기/로마사

by 태즈매니언 2014. 6. 2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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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언제나 반갑다. 
전문 학자가 아닌 이의 눈으로 자신의 직업과 인생의 경험을 담아쓴 이런 원숙한 아마추어들의 책이 더 많아 졌으면 좋겠다.

적어도 지금의 30~40대가 50대 이상이 될 때쯤에는 돈과 지위가 아닌 자기만의 관심사들을 담아낸 책들을 보다 많이 펴낼거라고 믿는다. 예쁜 물건과 옷도 많고 동네에 자기들만의 레시피를 지닌 작은 맛집들이 많은 그런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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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쪽

그러니 로마문명이 하나의 점이 수많은 점으로 발산한 반면, 중국문명은 거꾸로 수많은 점이 하나의 점(통일왕조)로 모인 것이다. 로마가도가 바로 그 한 점이 수많은 점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선이라면, 만리장성은 하나의 통합된 사회를 대외적으로 구별하기 위한 원주와 같은 것이었다. 원의 안쪽에는 한족이, 밖에는 이민족이 있다는 것을 장성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장성을 구축하지 않았다면 시황제가 다스린 제국의 경계는 모호했을 것이며, 이 상태에서 시황제는 계속 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략)
따라서 중국인이 로마인에 비하여 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장성을 쌓음으로써 스스로 폐쇄적인 문명을 만들었다는 식의 역사해석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당시의 역사적 상황이나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두 문명이 집중한 부분이 달랐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환한 역사해석이라고 생각한다.


137쪽

여하튼 이러한 관점에서 중세의 의미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중세의 사회체제는 로마제국과는 전혀 달랐다. 로마제국이 제국 전체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적 사회였다면, 중세는 모든 것이 한곳에 가만히 정주하는 정적 사회였다. 또한 로마제국은 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 다른 사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호의전적 경제구조를 가진 사회였다. 하지만 중세는 자급자족의 경제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였다. 도시와 그 인근의 교외가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였으며, 중세인들은 거기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살았다. 에너지 소비를 생각하면, 중세인들은 로마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검소하게 산 것이다.


178쪽

세계에서 가장 큰 개선문은 개선문의 고향 유럽에 있지 않다. 재미있게도 이 한반도에 있다. 바로 평양 시내에 우뚝 선 개선문이다.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활동과 평양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 김일성 70회 생일에 맞춰 그가 살아온 70년 하루하루를 기리는 벽돌 25,500개를 사용하여 만든 것이다.


221쪽

한번은 행군 중에 그(카이사르)와 그의 측근들이 비바람을 피해 가난한 농부의 오두막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사람 하나 겨우 누울 수 있는 방이 하나 밖에 없자 그는 측근들에게 명예에 관한 것들이라면 당연히 가장 강한 자에게 주어져야 하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가장 약한 자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나서 옵피우스더라 방에 누으라고 명령하고 자신은 다른 군사들과 함께 문간에서 잤다.


253쪽

나는 요즘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 수사학과 관련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현대는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이 중요한 시대다. (중략) 소통이 민주주의 발전의 요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소통 교육을 해야한다. 소통 교육은 무엇으로 해야 할까. 말과 글로써 해야 한다.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말과 글로 적절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이 안 된다.


255쪽

지금과 같은 논술고사는 사교육만 부추기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간단하게 문제를 내더라도 수험생의 실력을 진단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주 간명한 문제를 내서 그들의 의사소통능력을 검점하는 것이 초중등학교 글쓰기 교육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261쪽

무릇 한 국가의 전복을 목표로 하는 내란음모죄는 이른바 위험범이다. 위험범은 어떤 법익을 현실적으로 침해하지 않아도 위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다. 따라서 위험범은 속성상 처벌자의 자의가 개입될 수 있는 범죄 유형이므로 그 처벌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죄의 성립요건을 미리 법률에 규정하여 처벌해야 한다는 헌법원칙은 죄형법정주의는 자칫 파산을 맞이할 위험이 있다.


270쪽

큰일은 체력이나 민첩성이나 신체의 기민성이 아니라, 계획과 명망과 판단력에 따라 이루어지지. 그리고 이러한 여러 자질은 노년이 되면 대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늘어간다네. 한창 때의 젊은이들은 경솔하기 마련이고, 분별력은 늙어가면서 생기는 법이라네. < 대 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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