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유발 하라리/조현옥 역] 사피엔스(2011)

독서일기/세계사

by 태즈매니언 2016. 1. 25. 09:18

본문



기대가 컸던 책이었다. 읽으면서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계속 "그래 맞는 이야기야. 자 당신의 독창적인 빅 히스토리를 어서 들려줘."를 반복했다. 


그런데 유발 하라리는 계속 현대 과학의 각 분야에서 보내온 성과물들을 요약해서 소개하기만 하더라. 


그리고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는 총 20개의 챕터 중 561페이지에서부터 시작되는 마지막 챕터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 부분 뿐이었다. 언론기사에서 아주 매력적으로 도드라져보였던...훌륭한 예고편에 끌려서 세 시간짜리 영화를 봤는데 클라이막스가 편집된 예고편과 별반 차이가 없다니.


물론 박식한 저자가 쓴 한 권의 책으로 인류 역사의 큰 줄기를 머릿속에 담을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은 좀 더 수고를 들여서 인류역사의 각 부분들을 천착한 수십 권의 책을 나름대로 조합해보며 얻을 수도 있다. 기대가 너무 컸기에 아쉬운 책이었다. 


---------------------------------------


153쪽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263쪽


로마 주화에 대한 신뢰는 매우 강력해서 국경 바깥에서조차 사람들은 데나리우스 주화를 받았다. 기원후 1세기 로마 주화는 인도 시장에서 교환수단으로 받아들여졌다. (중략) '데나리우스'라는 이름은 주화를 포괄적으로 부르는 말이 되었다. 무슬림 칼리프들은 그 이름을 아랍어화해서 '디나르'를 발행했다. 디나르는 오늘날에도 요르단, 이라크,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튀니지를 비롯한 여러 나라 화폐의 공식 명칭이다. 


266쪽


서로의 신앙에 동의할 수 없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돈에 대한 믿음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종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반면에, 돈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298쪽


오늘날 종교는 흔히 차별과 의견충돌과 분열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상 종교는 돈과 제국 다음으로 강력하게 인류를 통일시키는 매개체다. 모든 사회 질서와 위계는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모두 취약하게 마련이다. 사회가 크면 클수록 그렇다. 종교가 역사에서 맡은 핵심적 역할은 늘 이처럼 취약한 구조에 초월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있었다. (중략) 따라서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317쪽


사실 일신론은 역사에서 나타났듯이 일신론과 이신론, 다신론, 애니미즘의 유산이 하나의 신성한 우산 밑에 뒤셖여 있는 만화경이다. 보통 기독교인은 일신론의 하느님만이 아니라 이신론적 악마, 다신론적 성자, 애니미즘적 유령을 모두 믿는다. 


493쪽


비만은 소비지상주의의 이중 승리다. 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고 다이어트 제품을 산다. 경제성장에 이중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윤리와 소비지상주의 윤리는 동전의 양면이다. 이 동전에는 두 계율이 새겨져 있다. 부자의 지상 계율은 "투자하라!"이고, 나머지 사람들 모두의 계율은 "구매하라!"이다. 


552쪽


삶은 분 단위로 평가할 때, 중세 사람들의 삶은 고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들이 죽음 뒤에 영원한 행복이 온다는 약속을 신봉했다면, 자신의 삶을 현대의 세속적인 사람들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고 평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현대의 불신자들은 장기적으로보면 완전하고도 가치 없는 망각 외에는 기대할 게 없기 때문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