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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 심미안 수업(2018)

독서일기/예술

by 태즈매니언 2019. 7. 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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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생활명품> 코너를 통해 좋은 디자인의 가치를 설파하셨던 분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알아보는지 친절하게 조언해주신다. 한 권 값으로 이렇게 많이 얻어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황송하다.

 

저자는 '취향이 단단해질수록 삶은 구체성을 띤다. 그것이야말로 행복의 디테일을 채우는 방법이다.(143p)'라고 말한다. 삶의 큰 줄기가 어느 정도 결정된 중년일수록 인생을 풍성하고 재미있게 살기 위해 심미안 수업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미술-음악-건축-사진-디자인의 5개 범주로 나누어 각각의 특성에 맞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주신다. 5개 범주 중 나는 건축과 디자인에 대해서만 기초적인 심미안이 트인 상태라 그 두 장에 특히 몰입해서 읽었다. 종합예술인 건축을 디자인 다음이자 마지막장인 제6장에 배치시키는게 맞지 않았나 싶네.

 

추가로 첨부한 사진은 디자인에 관한 제6장에 등장하는 아슐리안 주먹도끼. 주먹도끼를 어떻게 쥐고 사용하는지 이 사진을 보고서야 처음 알았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봐서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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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쪽

 

나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변형과 왜곡과 압축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그렇지 않은 것을 지켜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음악에 담긴 그대로의 시간에 내가 놓일 때 생기는 '감정의 동조'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압력이다. 꼼짝없이 감정이 고조되는 자의 기쁨이다. 아마 다른 예술가들이 음악가드에게 갖는 부러움 중의 하나는 이것이기도 할 것이다. 음악가는 자신이 축조한 세계에 사람들을 꼼짝없이 가두어놓는 능력자인 것이다.
그런 시간 속에 갇히는 경험을 즐겨야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

 

166쪽

 

인테리어란 공간의 유기적 흐름을 끊지 않는 작은 선택의 조합이다.
(중략)
인테리어는 궁극적으로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비워두어야 할 공간을 생각해내는 일이다. 안정된 인테리어는 아무것도 놓아두지 않은 빈 공간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느끼게 만든다. 비어 있는데 안정적인 것만큼 훌륭한 인테리어가 없다.

 

240쪽

 

예술만큼 창의적 시도와 노력을 집약하는 분야는 없다. 예술은 구체적 용도가 없다. 용도를 지니는 순간 상품이 되어야 한다는 괴로움에 시달린다. 상품은 팔리지 않으면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거꾸로 예술품은 반드시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 팔리지 않아도 실패라 하지 않는 게 예술의 불문율이다. 자유롭게 무슨 짓을 하든 용서되는 인간 세계의 유일한 일탈 통로가 예술인 것이다. 그런 만큼 새로움만이 최고의 선으로 인정받는 게 예술이다. 비록 외면받는다고 해도 예술가의 작업은 도발적이어야 한다. 뻔한 것을 반복하는 일은 죄악이다. 뒤집고 흔들고 바꾸고 부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지 모르는 새로움만이 희망이고 목표가 된다.

 

281쪽

 

산다는 것은 매일을 사는 데 필요한 물건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중략) 어차피 물건과 함께 뒹굴고 살아야 한다면 좋고 아름다운 물건으로 채워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도구와 물건이 기능만 좋아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일상의 물건에서 디자인을 중요시하게 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물건은 사실 사용되는 시간보다 그냥 놓여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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