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로리 윙클리스/이재경 역] 사이언스 앤 더 시티(2016)

독서일기/공학

by 태즈매니언 2020. 3. 21. 20:20

본문

이런 재미난 책이 있었다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줘도 괜찮을 듯 싶네요. 저자 로리 윙클리스는 런던에 사는 물리학자이자 과학 작가인데 덕력이 엄청나요. 이공계의 빌 브라이슨 느낌? ㅎㅎ 다른 저서도 번역되면 좋겠습니다.

 

페북에서 20회 가량 연재되었던 양동신님의 '아그건(아빠가 그리는 건축이야기)' 시리즈를 분야별로 챕터를 구성해 묶어낸 것처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누리는 과학기술의 혜택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네요. 목차만 봐도 흥미가 가지 않나요?

 

제 업무의 배경지식이 되는 내용도 많더군요. 비록 법에서 인정하는 초고층건축물(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미터 이상)은 아니지만 작년에 완공되서 입주한 높이 100m가 넘는 건축물에서 생활하면서 현대 도시문명이 제공해주는 각종 기반시설들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던 터라 더욱 와닿네요.

 

소개된 기술들 중에 상업적으로도 성공하여 미래에 널리 확산될 기술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지만 이산화티타늄의 광촉매 기능을 통한 건축물 외벽의 공기정화기능, 콘크리트와 배관의 균열을 자가치유하는 액체 폴리머, 폐플라스틱을 녹여 코팅한 자갈로 아스팔트 투입량을 줄이는 도로포장기술 등 읽으며 감탄한 아이디어들이 많았어요.

 

이런 책들이 좀 더 널리 읽혀서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정말 문사철에 재능이 있다는 자부심이 있거나 집이 부자가 아니라면 문과말고 이과에 갑시다. --;

 

-------------------------------------------

 

49쪽

 

회전문은 여닫이문과 달리 사람은 드나들어도 문은 항상 '닫혀' 있는 구조다. 이 구조가 공기가 급하게 빨려 들어오고 빨려 나가는 것을 막아서 빌딩 내부의 공기 소용돌이를 최소화하고 공기 유출입에 따른 에너지 손실을 낮춘다. 굴뚝 효과에 따른 공기 흐름과 온도 변동을 방치하면 구조적 문제까지 생길 수 있다. 환기와 배기에 문제가 생기고 엘리베이터 오작동이 일어난다.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와 화염이 빠르게 확산될 위험도 크다. 그래서 회전문을 다는 것이다.

 

152쪽

 

일반적으로 수돗물은 정해진 유량대로 흘러 다닌다. 따라서 수도관 내의 수압이 일정해야 정상이다. 손상에 따른 누수가 발생하면 수압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진다. 싱가포르는 여기에 착안해서 수압 센서 수백 개를 수도관에 부착해서 하루 24시간 내내 1초에 250번 수압을 측정하고,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누수 위치를 짚어내 필요 시 급수를 중단하고 물 유실을 최소화한다.

 

191쪽

 

신호등은 유색 LED와 프레넬 렌즈라고 불리는 유리나 플라스틱 소재의 집광용 렌즈로 구성된다. 프레넬 렌즈는 표면이 매끈한 일반 렌즈와 달리 표면에 수많은 동심원의 홈이 나 있다. 빛이 홈을 따라 강제로 구부러지면서 LED 빛줄기가 흩어지지 않고 '또렷하게' 한 곳에 모이기 때문에 멀리서도 식별하기가 쉽다.

 

284쪽

 

오늘날의 열차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경사는 얼마일까, 30도? 아니면 40도? 미안하지만 여러분의 짐작은 엄청 빗나갔다. 마찰 기반 열차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경사는 고작 4도다. 그것도 경사로가 짧을 때나 가능하다.
(중략)
300톤 열차의 경우 1도 경사를 올라가려면 평지를 달릴 때보다 두 배의 힘을 써야 한다.
(중략)
승강장에 진입할 때는 오르막길을 배치해서 열차의 속도를 줄이고, 승강장을 떠날 때는 내리막길을 배치해서 열차의 속도를 높인다. 다른 도시 철도 시스템들도 이런 방법을 쓴다. 이렇게 하면 승차감이 좋아질 뿐 아니라 제동 시에 에너지를 많이 아낄 수 있다.

 

294쪽

 

최첨단 TBM(Tunnel Boring Machine)의 경우, 맨 앞에 커터헤드가 돌아가며 암반을 뚫고, 그 멀찌감치 뒤에서는 이렉터(erector)라는 거대한 로봇 팔이 콘크리트 원호들을 집어다 굴 벽에 착착 붙여서, 터널 내부를 두르는 콘크리트 링을 만든다. TBM이 굴진함에 따라 이런 링들이 계속 늘어나 결국 터널의 내벽이 완성된다.
(중략)
건설팀은 공사 계획 단계에서 터널 경로에 위치한 건물을 모두 파악해서 건물마다 센서를 잔뜩 붙인다. 이 센서들이 공사 기간 내내 건물들의 상태를 끊임없이 모니터한다.
(중략)
최근 프랑스의 한 터널 공사에서 2대의 TBM이 몇 킬로미터 길이의 터널 양끝에서 각각 출발했다고 한다. 경로 한중간에서 만났을 때 둘은 5mm 틀어져 있었다. 어쨌든 담당 엔지니어들 모두 슬픔을 가눌 수 없었고 몇몇은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터널 공사에서 이 정도 오차는 허용 범위에 들어가지만 어쨌거나 엔지니어들은 슬펐다.

 

299쪽

 

(열차가) 공기 저항을 이기는 데 드는 힘은 속도의 세제곱으로 늘어난다. 가령 시속 160km에서 480km로 주행 속도를 세 배 높이려면 27배의 힘이 필요하다.
(이래서 하이퍼루프 개념이 나왔구나. ㅎㅎ)

 

338쪽

 

지금 말하는 알고리즘 매매는 1/1,000,000초인 마이크로초 단위로 이루어진다. 시간차가 워낙 짧다보니 심지어 컴퓨터 사이의 광섬유케이블의 길이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