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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2019)

독서일기/선사시대

by 태즈매니언 2020. 5. 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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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고대사학자라고 해야할듯 한) 강인욱 교수님은 <춤추는 발해인(2009)>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시베리아에서 고고학을 연구하신 이채로운 경력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연재하시는 글을 보면서 본인의 연구를 풀어내시는 글솜씨가 참 유려하시더라.

 

고고학자라는 직업 에세이로 볼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 (국내의 수요를 생각했을데 친지라면 말리고 싶지만) 주변에 고대사 연구나 고고학에 관심을 가진 청소년들이 있다면 이렇게 국내 학자가 쓴 좋은 책이 있다고 권해주시길. 뭘 알기는 하고 선택해야 하니.

 

저자 서문에서 자신이 연구하는 학문의 목적을 정의하시는 걸 읽는데 업에 대한 애정이 부럽고 멋져 보였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의 고고학 유물들을 수장한 주요 박물관들이 관람객들에게 전시하는 수장고 유물의 갯수를 좀 줄이고, 전시하는 유믈에 대한 디스플레이 정보와 함께 조명을 통해 최적의 디스플레이 방법을 모색해주면 좋겠다.

(지방 박물관이지만 국립부여박물관의 국보 백제금동대향로의 전시공간과 은은한 조명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무덤을 만들고 그를 기념하는 것은 바로 죽은 사람을 그리는 살아있는 사람들입니다. 무덤은 고고학자들의 연구 대상 이전에, 우리와 똑같이 한때의 시간을 살았던 과거의 사람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보내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죽음으로 수렴이 되어 망각이 되고, 망각되어 버린 기억이 다시 유물이라는 몸으로 부활합니다. 고고학자에게 유물이란 다시 살아난 기억의 편린입니다. 이렇게 죽음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고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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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쪽

 

어떠한 파티도 끝나고 나면 다 타버린 재처럼 허무하다. 그 타버린 재에서 다시 불을 피울 희망을 찾는 것은 단순한 위로나 위안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불을 피우는 그 소소한 즐거움은 힘든 삶을 지탱하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재를 보면서 불을 느낀다는 것은 얼핏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고고학자가 발굴하는 유적은 마치 타고 남은 재와 같다.

 

70쪽

 

신나는 보물찾기를 생각하며 고고학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에게 나는 언제나 이렇게 말하곤 한다.

"황금이나 보물을 볼 수 없을지라도 저녁에 비싸지는 않으나 맛있는 맥주를 드시게는 할 수 있을 겁니다."

화려한 황금을 찾아내는 것을 기대하며 고고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 실제로 황금을 발견하기는커녕 제대로 만져본 사람도 거의 없다. 하지만 수많은 고고학 희망자들을 고고학자로 묶어두는 것은 황금 대신에 일과를 끝나고 마시는 맥주 한 잔에 있다.

 

114쪽

 

오래 전, 지금 같은 플레이어가 없는 과거인들에게 음악은 오로지 생음악뿐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값비싼 경험이었고, 평생을 두고 간직할 소리의 향연이었다.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강렬히 울리는 만큼이나 순간으로 사라져버린다.

 

152쪽

 

소는 사슴과 요리법이 아주 흡사하다. 양념 및 가공방법이 사슴고기와 아주 유사하다고 조선시대의 문헌에도 적혀 있다. 사슴 목축을 하며 사는 에벤키족(퉁구스족)의 경우 그 피도 섭취하는 것은 물론, 뿔부터 다리 끝까지 발골을 해서 다양한 용도로 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사슴 고기와 그 부산물을 통해서 추운 툰드라 지역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음식과 생필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슴의 목축과 도살 기술은 동북아시아에서는 말갈 계통의 사람들에게로 이어졌다. 이후 고려로 흘러들어와 일정한 집이 없이 떠돌아다니며 천한 일을 하던 양수척 등을 거쳐 조선 시대의 백정에게로 계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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