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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텃지/김상인 역] 에덴의 종말(1999)

독서일기/선사시대

by 태즈매니언 2017. 11. 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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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여유가 없다보니 책 읽기가 버거워서 손바닥만한 크기에 본문이 77페이지 뿐인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분량은 적지만 다루는 소재는 매우 거대합니다. ㅎㅎ 저자는 1만년 전에 예리코와 차탈휘위크 신석기 유적을 기점으로 채집수렵을 버리고 농경사회가 출현했고, 주변으로 전파되었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자 콜린 텃지가 과학저술가로도 인정받은 사람이라 그런지 개인블로그로 일반인들과 소통하며 쓴 글처럼 찰진 비유적 표현들이 많으니 가볍게 권할만 합니다. (나중에 책을 볼 나이의 조카가 생기면) 제대로 번역도 안된 난해한 인문고전 읽지 말고 이런 책 보면서 진화론 이해하라고 조언하고 싶고요.

원제인 <Neanderthals, Bandits and Farmers : How Agriculture Really Begin>인데 저는 번역판의 제목이 더 마음에 드네요. 성서적 표현과 대치되는 만년기 찰스 다윈의 사진처럼 단선적이고 비가역적인 사회발전관에 대해 고개를 젓고 있으니까요.

브라이건 페이건이 <위대한 공존>에서 사육은 지배가 아니라 인간과 가축들의 암묵적 계약에 따른 공진화라고 설명했죠. 마찬가지로 콜린 텃지는 4만년 전 경쟁식물로부터의 보호를 선호한 식물들과 사냥 및 채집 이외에 간빙기의 풍요로운 대지에서 추가 식량 섭취를 위한 부업을 원했던 인간의 취미농업이 일으킨 눈사태가 1만년 전 전업농부와 도시의 출현이라고 보면서 '신석기혁명'이라는 식으로 갑작스런 도약과 혁신의 확산으로 묘사하는 통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취미농업의 확산으로 사냥과 채집에 더해 추가 칼로리 겸 기근을 넘길 안전핀을 확보하다보니 인구가 증가할 수 밖에 없겠죠. 칼로리 섭취를 사냥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으니 인간들은 더 무자비한 사냥꾼이 되어서 동물들을 열심히 사냥하게 됩니다.(33쪽 인용 참조) 이러다보니 4만년 전부터 1만 년 사이에 재빠르거나 험준한 곳에 사는 종류들 외에 대형포유류들이 한꺼번에 절멸하는 소위 '여섯번째 대멸종'이 벌어졌습니다.

하필 이 시점인 1만 년 전에 빙하기가 끝납니다. 거대한 낙원이었던 비옥한 초승달지대는 올라오는 해수면으로 인해 인구압(population pressure)과 생활공간의 축소를 함께 겪게 됩니다. 노려볼만한 사냥감은 이미 씨가 말랐으니 인간들은 여분의 입은 오직 농사일로만 먹여살릴 수 있는 이언 모리스식 '발전의 역설'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살려면 무릎관절이 닳아지도록 열심히 농사를 지을 수 밖에요. ,
다른 부분은 다 설득력이 있었는데 신생대 제4기 플라이토세 빙하기의 중동지역 지도와 1만년 전 간빙기 때의 같은 지역 지도를 보면 육지의 축소가 별로 보이지 않더군요. 그렇다면 해수면 200미터 상승이 '생활공간의 현격한 축소'를 야기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냥 인구압 가설로 설명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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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쪽

야생의 피식자에 있어서 자신의 희귀성은 '배수의 진'과 같이 하나의 도피수단이다. 그러나 포식자가 든든한 별도의 식량 기반을 가지고 있다면 드물다는 것이 더 이상 방어벽이 되지 못한다.

49쪽

신석기혁명은 농업의 시작이 아니라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행해지는 농업의 규모 확대였다. 그 당시의 농업은 식용 작물과 동물의 형태적 변화를 일으키고 도시와 문명의 성장을 촉진시킬만큼 이미 강력한 것이었다.
(양은 질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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