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길] 화이트 호스(2020)
저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수시로 느껴야 한다는 불안감(안전에의 욕구)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제가 러시아처럼 키 180대 중반에 100kg 가량의 근육질 남자들로 가득찬 세상에서 허약한 거미체형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감일까 생각해볼 따름이죠. 여성들의 그런 정서를 잘 포착해냈다고 여러 페친님께서 호평하셨던 강화길 작가님을 저는 이 두번째 소설집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일곱 편의 단편 중에 저는 이 가장 좋았습니다. 가부장제와 권위적인 구습의 인물들이 키운 ‘충분히 사랑을 받고 자란 독립적이고 유능한 여성’이라는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러니를 잘 포착했더군요. 권두에 나오는 덕분에 감정해상도가 낮고 집안의 장남인 저는 몰라도 상관없는 ’제사‘라는 집안행사에서 오고가는 복잡하고 은근한 감정들을..
독서일기/국내소설
2023. 6. 16.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