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2019)
잘 쓰긴 했지만 묵은 내가 나는 글. 정해진 형식과 길이에 맞춰서 쓴, 호텔 카페트처럼 메마른 글. 사회생활에 요구되는 관습과 매너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자 노력한게 보이면서 제가 원하는 걸 관철시키는 정치적 털고르기 글. 억지로 봐야하는 똥글. 몇날 며칠을 이런 글들을 보다보면 이게 글자의 조합이 이룰 수 있는 세계이거니 라고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러다 가끔 재능이 반짝이는 동시대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드물게 기분 낸 호사스런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처럼 행복해지네요. 이런 행운들 중에서도 유독 강렬한 경험은 그리 자주 찾아오지 않기에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습니다. 이 칵테일은 무얼 섞은건지 싶은 게 아니라 몰랐던 종류의 술을 처음 맛보는 느낌과 가깝달까요? 10대의 끝자락에 1968년생 김영하의, ..
독서일기/국내소설
2019. 9. 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