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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2019)

독서일기/국내소설

by 태즈매니언 2019. 9. 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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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긴 했지만 묵은 내가 나는 글. 정해진 형식과 길이에 맞춰서 쓴, 호텔 카페트처럼 메마른 글. 사회생활에 요구되는 관습과 매너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자 노력한게 보이면서 제가 원하는 걸 관철시키는 정치적 털고르기 글. 억지로 봐야하는 똥글.

 

몇날 며칠을 이런 글들을 보다보면 이게 글자의 조합이 이룰 수 있는 세계이거니 라고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러다 가끔 재능이 반짝이는 동시대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드물게 기분 낸 호사스런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처럼 행복해지네요.

 

이런 행운들 중에서도 유독 강렬한 경험은 그리 자주 찾아오지 않기에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습니다. 이 칵테일은 무얼 섞은건지 싶은 게 아니라 몰랐던 종류의 술을 처음 맛보는 느낌과 가깝달까요?

 

10대의 끝자락에 1968년생 김영하의, 20대 때 1980년생 김애란의 단편집을 처음 읽었을 때와 같은 반짝이는 싱싱함을 오랜만에 느낀 것 같아서 반갑네요.

 

헤테로 주제에 대도시가 구원한 인류집단인 퀴어들의 이야기 네 편을 읽으며, 왜 쏘오련과 중공의 농촌마을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을 무수한 퀴어들을 떠올렸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네 편 중 앞의 세 편은 홀딱 빠졌는데, 네 번째 작품은 잘 와닿지가 않네요. 근데 요즘엔 이 정도 분량을 중편이라고 하나요? ㅎㅎ

 

소설책 표지를 이렇게 홀릴 정도로 뚫어지게 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표지 디자인이 멋집니다. 히로시 나가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가지고 만든 표지라는데 그림에 나오는 클래식카의 차종을 아시는 분은 저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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