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벌린/공진호 역] 청소부 매뉴얼(2015)
내게 소설 읽기는 잘 모르는 사람과 일대일로 벽을 두고 만나서 두 시간 가량 계속 이야기를 듣는 것과 비슷하다. 이야기가 지루하면 언제든 눈치 안보고 자리를 뜰 수 있는. 설명듣기는 좋아하지만 남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는게 힘들어서 매번 소설보다 비소설을 많이 보게 되지만, 그래도 즐거운 술자리에서도 자꾸 폰을 들여다보고, 이런저런 딴생각들을 하는 것에 비하면 남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는 드문 시간이다. 1936년생, 수시로 이사를 다녔고, 어린 시절 가족으로부터 학대와 방치를 받기도 하면서 칠레와 멕시코 같은 외국에도 살았던, 장애가 있고, 오랜 알콜중독자에, 여러 불안정한 일자리를 거쳤던, 세 번의 결혼 경험이 있는 네 아이를 키운 싱글맘, 나와는 도무지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이 루시아 벌린이라는 ..
독서일기/북미소설
2020. 6. 20.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