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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건축가상] 젊은 건축가 질색, 불만, 그리고 일상(2020)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20. 11. 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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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한 세 곳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건축사들의 이야기. 설계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었던 이전과 달리 이번 호에서는 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의 업에 대한 태도와 고민을 중심으로 서술해서 만 45세 이하 건축사들의 에세이와 인터뷰 모음집처럼 읽었다.

 

세종시를 지키고 계신 엘리펀츠 건축사사무소의 이양재 건축사님 같은 '똘끼' 충만한 젊은 건축사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반가웠다.

 

작년에 이양재 건축사님이 전보림 건축사님의 <우리나라 학교 건축이 후진 진짜 이유>라는 포스팅을 공유해주셔서 보고 통탄을 했었는데, 전보림-이승환 건축사님의 책이 지난 달에 나왔길래 바로 주문.

 

변호사도 그렇고 건축사도 그렇고, 우리나라는 유형물이 아닌 무형의 서비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그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도 무척이나 인색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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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가장 질색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간단한 방식으로 다 덮어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건물 이음새를 꼼꼼하게 작업하지 않았으면서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몰딩을 붙여 대충 가려버리는 따위다. 노동과 정성이 필요한 작업을 간단히 무마하는 잔머리다. 당연히 수반되어야 할 계획이 무시된 채 최종 이미지만 흉내 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시트지가 싫고, 치장 벽돌 타일이 싫다. '질색'이라는 말은 지금 우리 작업에 필요한 태도를 만들어준 중요한 원동력이다.

 

45쪽

 

도면은 우리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생각을 실제로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도면을 그릴 때는 사소한 디테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철저하게 그린다. '어떻게든 되겠지.' '나중에 현장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조치하지 뭐.' 이런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우리가 떠올린 모든 건축적 아이디어는 도면에 반영해야 한다. 도면을 완성했을 때 비로소 우리 스스로 건축주, 시공사, 선후배에게 당당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기본이다.

 

102쪽

 

우리(전보림-이승환 건축사부부)는 건축가란 본질적으로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즉 삶과 환경을 결정하는 수많은 조건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제안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대안 있는 불만은 건축가에게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새로운 것을 덧붙이기 전에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할 일이 넘치지 않는가.

 

169쪽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날 때마다 화를 내며 싸우는 것은 아니다. 사실 분노와 언쟁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도 안다. 그러나 아름다운 건축은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고 믿기에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그 과정에서 불합리한 일을 만나면 때로는 목소리를 높여 언쟁하고 공문을 보내기도 하며 매체에 울분의 글을 쓰기도 한다. 도면을 열심히 그리는 것만으로 충분히 않을 때만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에 '투쟁'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는 것이 우리도 싫다. 우리는 매우 예의 바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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