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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사] 바둑두는 여자(2001)

독서일기/중국소설

by 태즈매니언 2023. 2. 2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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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경 작가님의 서평집에서 알게된 작가와 작품입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이 책을 제가 읽었나 싶어 떠올려보니 결말이 기억이 나지 않더군요.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느낌만 남아있을 뿐이고, 몇 년 전에 읽다가 말았던 것 같아서 다시 처음부터 읽었습니다.
북경의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난 천재소녀 샨샤는 1989년 고2 시절에 천안문 사태를 목도하고 중국을 떠나 프랑스에 정착했습니다.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7년만에 첫 소설을 프랑스어로 쓴 샨사는 2001년 이 장편소설 <바둑두는 여자>를 출간합니다.
노구교 사건이 일어난 1937년 여름 만주국 하얼빈 근교에 위치한 가상의 도시 쳔훵을 배경으로 24세의 일본군 초급장교와 런던에서 태어난 개화한 만주 귀족의 자손인 16세 여학생 둘의 이야기와 한 판의 바둑으로 진행되는 수담(手談)을 소재로 한 소설인데 국내에서도 꽤 반향이 있었는지 2010년에 8쇄를 찍었네요.
어제 읽었던 <마티네의 끝에서>처럼 협소한 동아시아 민족국가 내부의 시각에 갇히지 않는 시야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의 중국공산당 정권과 중국인들이 이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동북아 3국에서 서로 이런 작품들을 권할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좋겠는데 말이죠.
책을 다 덮고 확인해보니 2020년 3월초에 이미 다 읽고 독후감을 남겼던 소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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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쪽
나는 중국생활 덕분에 군인의 위대함과 비참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군인은 진군의 목적지도 의미도 모른 채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바둑돌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는 전체 승리를 위해 익명으로 살고 죽는다. 바둑은 나를 냉정하게 부하들을 부리는 사령관으로 변모시킨다. 돌들은 전진한다. 그 중 많은 수가 전략에 의해 사석으로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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