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리부동산 코리아를 거쳐 HDC에서 도심복합개발 업무를 하시는 디벨로퍼가 알려주는 도쿄 주요 중심상업지구의 복합개발사례들입니다. 책을 보고 직접 가보시면 지구상 최첨단 도시개발 현장을 경험하실 수 있죠. 여길 보고 하카타역 반이나 될까 싶은 우리나라 서울역을 보면 한숨이 나오죠.
2.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양승훈, 2024)
- 산업사회학자가 쓴 대중교양서란 이런 것이구나 싶습니다. 세계 1위의 조선소, 세계 최대의 양산가능한 자동차 공장, 석유화학 콤비나트가 모인 산업도시 울산의 세 축이자 한국 제조업의 자부심인 세 산업 모두 중국의 공세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본사 엔지니어와 로봇 중심으로 탈숙련 노동에 의지한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걱정하며 여러 제안을 해주셨는데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3. 한글의 탄생(2010, 노마 히데키)
제가 읽고나서 얼마 안지나서 개정증보판이 나왔던데 증보판으로 다시 읽고 싶습니다. 문자체계로서 ‘용음합자’방식에 기반한 한글의 위대함을 가나글자를 사용하는 일본인 언어학자인 저자가 한국인보다 더 뚜렷하게 알아봐주시네요.
더구나 [훈민정음해례]라는 책이 그것을 펼쳐 읽는 이에게 문자의 탄생이라는 원초 그 자체를 만나게 하는 장치로써, <읽기>라는 言語場에서 그 문자 자신의 원초를 경험하게 하는 장치라고 통찰합니다.
4. 어떤 동사의 멸종(한승태, 2024)
한승태님은 국내 노동 르포르타주의 전설이시죠. 노동에세이 3부작의 마지막편입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콜센터, 택배 상하차 일용직, 한식부페 주방, 도심 오피스빌딩 미화원 네 가지 직업을 해본 경험을 정리했는데요. 쓰는 사람이 관찰자로 남는 르포가 아니라 매번 그래오셨듯 직접 자신이 몸을 써서 일을 하는 당사자로서 느낀 심정과 체득한 관점을 담은 점이 탁월하지요.
5.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김동현, 2023)
‘한반도 천동설’이라는 우리외교안보의 좁은 시야를 풍자한 용어를 유행시킨 책이죠. TV조선에서 국방과 북한 분야 기자로 활동하던 저자 김동현 님이 미국의 공무원신분으로 국영방송 VOA(미국의 소리) 펜타곤 출입기자로 4년 동안 일하며 취재하고 느낀 것들을 정리해서 지난 10년 동안 한반도 안보와 관계된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십니다.
6. 미국이 만든 가난(매슈 데즈먼드, 2023)
빈곤문제에 대해 천착해온 미국 사회학자가 미국의 인종갈등을 첨예화시키는 도시빈민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한 책입니다. 공립학교의 인종분리를 위헌이라고 선고한 미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백인들의 공공인프라투자에 대한 저항과 이어지는 감세정책으로 결국 미국의 공공인프라의 붕괴에 영향을 미친 점, 근로의욕을 지닌 빈곤층 지원에 효과적이라고 여겨지는 근로소득장려제도가 대기업의 인건비 절감에 악용된다는 문제, 소위 토지용도지구규제(zoning)이 백인 중산층들이 소셜믹스를 거부할 수 있는 무기가 되어서 이들로 하여금 인프라를 사적으로 구매하게 만드는 현실 등이 인상깊습니다. 저자는 미국이 좀더 유럽식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 <우리몸 오류 보고서>(네이선 렌츠, 2018)
결함투성이인 인간의 신체구조와 유전자의 사례들을 통해서 진화론을 깊게 이해하게 해줍니다. 인간의 재능이 인간 신체의 한계에 승리를 거둔 대가로 사실상 진화가 중단되었으니 자연이 준 부실한 신체를 가지고 계속 살아가거나, 인공소재로 대체하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8.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월급사실주의 동인, 2023)
장강명 작가님을 중심으로 동시대 평범한 한국인들의 돈 벌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쓰고자 한 작가님들의 단편소설집입니다. 저는 임성순 작가님의 <기초를 닦습니다>가 최고였어요. 이런 소설들이 더 나오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한 권이 더 나왔죠.
9. 마음의 발걸음(리베카 솔닛, 1997)
탁월한 글솜씨의 작가 리베카 솔닛이 30대 중반에 썼던 그녀의 두 번째 책입니다. 아일랜드계 3세인 그녀는 1987년 27세 때 아일랜드에 처음 가봤고, 1994~1995년 사이에 몇 달 간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 경험하고 생각한 에세이들과 함께 독립연구자로서 연구한 '소고'들을 모아 정리했습니다. 아일랜드의 근현대사, 유럽 중심의 세계사와 동부 중심의 미국사, 영문학사의 정전들에 대한 청년 솔닛의 시각이 인상깊었습니다.
10. 빅 로드 : 고속도로의 탄생(얼 스위프트, 2012)
한국은 높은 산지비중과 좁은 국토면적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총연장이 5,000km가 넘습니다. 육상교통물류는 도로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지요. 우리가 숨쉬듯 자연스럽게 이용하며 혜택을 누리는 고속도로의 원류인 미연방주간고속도로의 구상과 구축과정에 대한 역사를 되짚어보기 좋았습니다.
11.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노한동, 2024)
행시 합격 후 문체부에서 10년을 일하고 퇴직한 저자 노한동님께서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쓴 책입니다. 저자는 “공직사회는 일을 못 한다. 관료가 게을러서도, 철밥통이어서도 아니다. 그저 쓸데없는 일이 너무 많아서다.”고 토로합니다. 이 책은 공직사회에 가짜노동이 넘쳐나서 실무자들을 질식시킬 지경이 된 실상과 구조를 보여주고, 관료들이 진짜 일을 할 수 있도록 바꾸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제안합니다.
12.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2007)
마르께스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미국 이민자 1.5세대로 태어나서 21세기에<백년 동안의 고독>을 쓴 게 아닐까 싶더군요. 30년 넘게 나라를 사유화하며 철권통치를 한 악당 독재자 '엘 헤페' 트루히요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도미니카 공화국에 대해 알게 해준 소설이었습니다.
13. 흑뢰성(요네자와 호노부, 2021)
다이묘 아라키 무라시게가 갑자기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고 이타미의 아리오카성에서 농성을 하다가 영락한 역사적 사실은 어찌보면 전국시대에 비일비재한 사건이겠죠.
그런데 아라키 무라시게는 당시의 윤리규범에 어울리지 않게 1년의 농성 끝에 성을 버리고 모리가로 홀로 망명한데다가 오다 노부나가보다 오래 목숨을 부지했고, 출가한 자신의 이름을 도분(道糞)이라고 붙여서 스스로를 '똥'이라고 불러달라고 한 이채로운 사람이지요.
<흑뢰성>은 아집이 좀 강하지만 전형적이고 유능한 무장이자 다이묘인 아라키 무라시게가 왜 이후에 자유분방한 풍류인으로 살게 되었는지에 관심을 갖고 실마리를 풀어나갑니다.
신이나 영적인 존재를 전혀 동원하지 않고 역사적 사실들을 꿰어서 설득력있는 이야기로 끝을 맺어서 더 매료되었습니다.
14. <펀치 드렁커드>(고태호, 2024)
전작들인 <방백남녀>와 <당신의 과녁> 모두 인상깊었던 수작이었죠. 고지대의 국도휴게소에서 폭설로 인해 대학병원 정신병동의료진과 환자들과 평범해보이는 시민들이 여러 날 고립되서 생기는 사건들을 소재로 한 웹툰입니다.
핵가족 외의 1차 집단이 모두 사라졌고, 세계 어느 국가보다 획일적인 가치로 사람을 줄세우기하는 동조압력이 강하고,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해서 한끗 방황하거나 잘못하면 실패자라고 낙인찍으면서 밀어내는 문화라 피곤하고 외로운 한국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가야할지 고민하게 해줍니다.
15. 똑 닮은 딸(이담, 연재중)
아직 연재 중인 웹툰이라 사실 다 읽었다고 하면 안되는데요. 너무나도 뛰어난 작품이라 이 젊은 천재의 데뷔작을 널리 권하고 싶습니다. 보고나면 팩사과주스 피크닉이 무서워지는 부작용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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