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초파리 유전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저자가 브리티시 컬럼비아지역에서 가장 흔한 나무인 더글러스퍼 한 그루를 주인공으로 해서, 씨앗부터 죽고 고사목이 된 이후까지 숲 생태계의 한 구성원이라는 시각에서 쓴 700년(보통 수령이 200~800년이라고 하네요.)의 생애사입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해변가에 있는 저자의 오두막 근처 흙비탈 가장자리에 기울어진 채 서 있는 키 50m, 둘레 5m인 수령 400년 가량의 더글러스 퍼 나무때문에 착상했다고 합니다. 작년 여름 스탠리공원과 빅토리아섬에서 봤던 우람한 더글러스퍼들이 생각나네요.
탄생-뿌리내리기-성장-성숙-죽음의 목차에 따른 나무 한 그루의 일생과 동등한 비중으로 생물학, 식물학, 화학, 생태학 등 자연과학의 지식들이 과학사적 인물 및 에피소드와 함께 교차되서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독자들이 나무의 생애사를 자연과학과 생태학적 시각과 함께 이해하도록 돕고, 진화론이 얼마나 탁월한 통찰인지, 지속가능한 거대 온대림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을 갖도록 해주네요.
이렇게 과학 전분야와 역사는 물론 동시대의 중요한 문제를 많지 않은 분량의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필력은 드물텐데 널리 읽히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나무를 재료로 만들어진, 나무에 대한 이야기로,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은 책인데 말이죠.
더글러스퍼는 최근엔 국내 한옥 목재의 80%를 차지할만큼 건축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목재인데, 북미 서부쪽에서는 조림사업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네요. 캐나다 밴쿠버시가 처음에는 이 거대한 침엽수를 제재해서 선박 마스트 등으로 수출했던 목재도시로 시작했었다니.
저자가 1936년생 일본계 캐나다인인데, 원래 부모님이 밴쿠버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했는데 태평양전쟁 중에 캐나다 정부에 의해 수용되면서 브리티시 컬럼비아 내륙의 수용소에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로키 산맥 동쪽으로 강제이주했고요. 아마 이런 개인사가 더글러스 퍼에 대한 책을 한 권 쓰시게 하는데 영향을 준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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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메이서도 "사실 육지식물은 아마도 바다의 진균류와 광합성을 하는 조류 사이의 공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라고 쓴 바 있다. 육지로 처음 올라온 바다식물들은 자체의 뿌리가 없었기 때문에 마른 땅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물과 광물질을 충분히 얻기 위해 진균류를 이용해야만 했을 것이다. 진균류 또한 광합성으로 만들어지는 먹이를 얻기 위해 식물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더글러스퍼는2천 종이 넘는 진균류와 외생균근 관계를 맺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생명체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오리건주 북동부에 있는 블루마운틴의 혼합 침엽수림에 있는 잣뽕나무버섯 진균류다. 이 버섯은 나이가 무려 8,500살이며, 3.8km에 걸쳐 300만 평이나 되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바람에 날려간 꽃가루가 5천 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적도 있다. 이는 벌이나 모기, 오가는 다른 동물이 옮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먼 거리다. 이러한 수분 방법은 유전적 다형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아무리 외딴곳에 있는 소나무라 하더라도 암꽃이 수분되어 씨앗을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높인다.
숲의 바닥에서 양치류와 도롱뇽이 존재한다는 것은 숲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모든 식물의 강과 목은 돋보기와 숫자 20까지 셀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실험실 뿐 아니라 야외에서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중략)
린네가 개발한 분류체계는 새로운 범주가 몇 개 추가되기는 했어도 오늘날에도 여전히 주요한 분류 방식으로 쓰인다.
우리의 더글러스퍼가 있는 숲에서는 잎을 갉아먹는 곤충 140개 종이 대체로 침엽수만을 먹고 산다. 그가운데 51개 종은 더글러스퍼만 먹는다.
곰은 제일 좋은 부위, 즉 뇌와 배만 먹기 좋아하며 다 먹은 다음에 또 한 마리를 잡으러 강으로 간다. 곰은 한철에 연어 600~700마리를 잡아먹고 사체를 온 숲에 던져놓으며 곳곳에 똥과 오줌을 눈다. 조류와 다른 동물들은 N15를 더 멀리 퍼뜨린다. 림츤은 개울가와 강가에 있는 식물에 N15가 풍부하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나무의 나이테에 있는 N15의 양과 그해 회귀한 연어의 규모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어는 개울가와 강둑을 따라 올라가면서 숲이 해마다 얻는 질소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공급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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