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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 스밀/강주헌 역]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2020)

독서일기/자연과학

by 태즈매니언 2025. 2. 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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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은 문외한도 알 정도로 정평있는 미국의 엔지니어단체인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발간하는 잡지에 매달 기명 칼럼을 기고하기에 바츨라프 스밀만한 적임자는 없었을 겁니다. 이 책은 스밀이 2015~2019년에 기고한 글 중 60여 편과 새로 쓴 글 12편을 합쳐서 일곱 가지 주제로 분류해서 2020년에 펴낸 책입니다. 저는 <숫자 한국>과 함께 읽기에 적당하다고 판단했죠.

<숫자 한국>보다는 사회학적인 메시지가 강하지 않긴 하지만, 5장 '운송과 교통', 6장 '식량', 7장 '환경'에 그런 느낌의 글들이 많더군요. 1장 '사람'이나 2장 '국가' 챕터는 자연과학이나 공학적 배경이 애매하니 빼버리고, 대신에 '건설'과 '냉난방' 챕터를 넣었다면 책의 성격이 뚜렷해져서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혹 숫자의 중요성이 잘 부각되지 않는 글들도 있었고요.

조금이라도 최신 트렌드를 먼저 소개해주려는 사람들이 넘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평생 휴대전화를 가져본 적이 없다는 이 노학자의 글을 읽으면서 정밀한 분야에 대한 최신의 숫자들을 많이 아는 것보다, 인류역사와 현재의 세상을 움직이는 구조와 동력을 거시적으로 파악하고, 숫자들 사이의 관계를 '어림셈'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도 이 두 가지 능력으로 자신이 재단을 통해 추구하는 탄소감축 전략을 소개하죠.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육류 중에 닭고기를 많이 먹고, 조명은 LED 등으로, 건축물의 창호는 2중창이나 3중창으로 단열을 확보하는 것이, 힙해보이는 저탄소정책보다 효과적이라는 걸 역설하시는 부분이 이 책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스밀 선생님은 자기 분야 외의 분야에도 공신력 있는 숫자를 통해 이 큰 구조를 알고 어림셈을 할 수 있는 교양을 갖추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이렇게 책으로 펴내셨을텐데, 대중의 마음을 숫자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에너지의 가격을 올려야 낭비가 줄어들고 효율적으로 쓰일텐데, 요즘 국제정치를 보면 여론과 AI산업의 패권경쟁 때문에라도 에너지 가격이 오를 것 같지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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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쪽

공산품이 총상품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로는 중국과 아일랜드 외에도 체코공화국, 이스라엘, 한국이 있다. 독일은 90%에 가깝고, 미국은 70%에 못 미친다.

177쪽

현대 문명이 기능하게 해주는 반면 그 행동 범위를 제약하는 에너지와 물질 그리고 교통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느리지만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효율은 대체로 연간 1.5~3퍼센트 정도 높아지고, 그에 따라 비용도 그 정도로 줄어든다.
따라서 마이크로칩이 지배하는 세계 밖에서의 혁신은 무어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훨씬 더 느리게, 한 자릿수의 속도로 진행된다.

193쪽

제너럴 일렉트릭의 가스터빈 9HA는 (중략) 증기터빈과 함께 운영할 때(CCGT:복합 사이클 가스터빈)는 63.5퍼센트의 효율로 661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가스터빈은 첨두 전력(peak power)을 공급하고, 간헐적이어서 불안정한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을 지원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원동기이다.

222쪽

현재 양수식발전은 세계 에너지 저장 용량의 99퍼센트를 차지하지만, 필연적으로 약 25퍼센트의 에너지 손실을 수반한다. 가장 큰 곳은 약 3기가와트를 발전하지만, 많은 시설이 단기적으로 1기가와트가 넘는 정도만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메가시티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에만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한 곳 이상의 양수식 발전 시설이 필요할 것이다.

234쪽

제1차 유엔 기후변화 기본협약은 1992년에 열렸다.
(중략)
그해 화석연료는 세계 일차에너지의 86.6퍼센트를 차지했다. 2017년에는 85.1퍼센트를 차지했다. 화석연료의 비중이 25년 동안 고작 1.5퍼센트줄어든 것이다.
(중략)
장거리 교통과 운송, 용광로에서 1차로 생산하는 10억 톤 이상의 철, 40억 톤 이상의 시멘트, 약 2억 톤의 암모니아 합성과 약 3억 톤의 플라스틱 합성, 실내 난방이 비탄소계 대체재를 찾기 힘든 부문에 속한다.

301쪽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평가에 따르면, 연간 평균적으로 뿌리 작물과 과일 및 채소의 40~50퍼센트, 어류의 35퍼센트, 곡물의 30퍼센트, 식물유와 육류 그리고 유제품의 20퍼센트가 버려진다. 달리 말해 세계적으로 수확한 식량의 3분의 1 이상이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뜻이다.

379쪽

미국와 유럽연합에서는 건물이 일차에너지 총소비량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한다. 교통이 두 번째로, 미국에서는 28퍼센트, 유럽연합에서는 22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리고 난방과 냉방이 거주용 건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 때문에 우리가 에너지 수지(energy budget)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열을 빼앗기지 않도록 단열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단열 효과를 가장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에너지 손실이 가장 많은 창문이다. 창문은 건물을 구성하는 자재 중 열 관류율이 가장 높다.
(중략)
반론의 여지없이 물리학이 지배하는 냉방과 난방에는 경제학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삼중창은 이중창보다 15퍼센트밖에 더 비싸지 않지만,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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