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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부/강수정 역] 안나와디의 아이들(2012)

독서일기/남아시아

by 태즈매니언 2017. 5. 1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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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콜리어가 말한 ‘밑바닥 10억’ 중 개도국의 메갈로폴리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이리도 생생하게 관찰한 르포르타주가 있었군요. 심지어 이들은 밑바닥 10억 중에서도 그나마 소득 상승의 기회가 있는 사람들이지요. <슬럼 독 밀리어네어>는 영화일 뿐이었네요. 그간 지구상 70억의 다양한 삶에 대한 균형감각을 갖고 있었던 것인지 믿겨지지 않습니다. (제가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은 지가 너무 오래 되서 그런 걸까요?)

 

2012년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이 책은 20년 경력의 저명한 기자라는 캐서린 부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인도 뭄바이 공항 근처의 빈민촌 안나와디에 사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밀착 취재해서 정리한 논픽션입니다.

 

원제는 <Behind the Beautiful Forevers : Life, Death, and Hope in a Mumbai Undercity>인데 번역판 표지 상단에 위치한 ‘성장과 발전의 인간적 대가에 대하여’라는 문구는 책 내용과 완전히 동떨어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르티아 센이 말한 ‘자유로서의 발전’을 기약하기 힘든 상황에서 벌어지는 무의미한 참호전의 학살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찾아보니 전체 뭄바이의 면적 중 슬럼지역은 6% 남짓인데 이 곳에 거주하는 인구는 도시 전체인구의 60% 가량이라고 합니다. 책을 덮고서 뭄바이에 사는 이 60%의 빈민가 주민들 모두가 책에 나오는 안나와디 사람들과 같은 상황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그렇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분명히 인도는 중국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화·정보화·산업화의 수혜를 받으면서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국가니까요. 물론 빈민가 주민 다수가 밑바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안나와디와 같은 생황은 예외겠죠. 공항과 공항에 인접한 고급호텔로 둘러싸여 있어 뭄바이에서 창출되는 다양한 경제활동수단에 대한 정보와 접근성이 차단되는 게토지역이었다는 점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대조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상황은 뭄바이의 빈민들이 떠나온 시골의 고향과 별 차이는 없겠지만 적어도 고향의 친척들은 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에서 내려 특급호텔로 향하는 화려한 외국인들과 자신들의 삶을 매일같이 비교해야하는 상황은 아니니.

 

인도인 입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도의 청년들과 정치인들에게는 선물 같은 필독서가 이 책이 아닐지. 이런 말을 하려면 저부터 <사당동 더하기 25>를 읽었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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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쪽

 

서구와 인도의 일부 엘리트들은 부패라는 말을 순수하게 부정적인 의미로 이해했다. 그건 현대화와 세계화를 향한 인도의 야심을 가로막는 장해물이었다. 그러나 부패로 아주 많은 기회가 약탈되는 나라에서 부패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진 몇 안 되는 순수한 기회였다.

 

325쪽

 

일상의 불확실함이 가난한 사람들의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건 틀림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노력과 결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힘이 빠지게도 했다.

 

348쪽

 

무력한 개인들은 자신들의 결핍을 똑같이 무력한 다른 개인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가끔은 서로를 무너뜨리려고 안간힘을 썼고, 가끔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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