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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미르 라비치/권현민 역] 웨이 백 The long walk(2011)

독서일기/에세이(외국)

by 태즈매니언 2014. 1. 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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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수용소에서부터 북인도까지 11개월 동안 무려 6,500km를 맨 몸으로 걸어온 사람의 회고록


The long walk - Slavomir Rawicz

2011년 5월 6일 오전 1:20

 

얼마전 <웨이 백>이란 영화의 소개글을 보고 영화보다 원작 소설이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중간고가 기간 동안에 미뤄젔다가 시험도 끝난 맘편한 휴일인 오늘 읽게 되었다. 사람의 기억이 이렇게 생생할 수가 있을까? 당장 어제 점심 때 뭘 먹었는지도 떠올리기가 힘든 것이 사람인데 모스크바에서 백야의 시베리아 수용소 그리고 몽골과 중국 신장 지역 티벳, 인도까지 머나먼 탈출 행로에서 먹었던 것들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는게 경외로웠다.

 

평범한 사람이 물냄새를 맡고서 손가락 한마디 만큼 물이 솟아나는 곳을 찾아내기도 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일주일 가까이 입에 자갈을 물고 열사의 사막을 헤메던 끝에 마시는 물 한모금의 맛이 어땠을지는 아무리 저자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어도 그 귀중함을 전해받을 수 없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스물네살의 늠름한 기병대 중위였던 주인공이 조국의 운명을 위해 맞서야 했던 탱크 대 기병의 전투와 국경지대에 살고 러시아말을 잘한다는 이유로 선고받은 25년의 시베리아 유형형, 황량한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백계 러시아 귀족의 딸이었던 수용소 소장의 아내의 도움으로 탈출준비를 하게 되고, 동지들을 모은 일. 중간에 만난 폴란드 소녀 크리스티나가 6명의 탈출자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그리고 탈출로 중간에 만난 이름없는 유목민들이 이들에게 베풀어준 따뜻한 환대..인도에서 서류처리를 통해 영국군 폴란드연대에 소속되서 전투에 참가하고 1944년에는 전투기조종사로 훈련을 받고 종전후 영국에 눌러앉아 평생을 보내기까지 모두가 감동적이었다.

 

민족과 이념 등의 등따숩고 배부른 사회의 역학관계가 빚어낸 거대한 시대적 힘의 충돌에서 희생된 한 사람이 보통의 문명인들이 생각하기에 생존도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어떻게 목숨을 부지하고 결국은 자유를 찾을 수 있었는지 생각하면 인간에 대해서 복합적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히말라야산의 초입에서 이들이 만났던 양치는 노인이 이들에게 보여준 호의가 특히 감동적이었다. 산양유를 넣고 끌인 보리죽과 양한마리, 그리고 보리떡 한자루. 이 세상에서 당신을 가장 고맙게 여길 여섯 명의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가 과연 전달받았는지. 그는 산길을 내려가는 여섯명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그 노인의 마음의 깊이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모스크바에서 레나강 연안의 북극권 바로 밑의 303호 수용소에서 바이칼호, 몽골, 고비사막, 신장, 티벳에서 북인도가지 그들이 도보로만 지나쳐간 땅이 아시아 대륙의 중앙부에 삼각형을 그리는 걸 보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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