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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악투스/노경아 역] 123명의 집(2012)

독서일기/패션&인테리어

by 태즈매니언 2018. 8. 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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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퇴근 후 층고가 무려 2.5m인 으리으리한 최신 주상복합을 구경하고 왔다. 눈은 호강했지만 아마 평생 이런 집에서는 못 살겠지 싶어서 돌아오는 길에 좀 우울해지더라. 층고 2.3m인 내 집이 난쟁이굴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그런데 이런 나를 위로해주는 만족스러운 인테리어 책을 만났다. 정통 벽돌책은 아니지만 720페이지가 넘는다.

 

1960년대부터 북유럽을 중심으로 유럽가구들을 수입해서 판매해온 일본의 인테리어브랜드 악투스(ACTUS)의 직원 123명이 보여주는 자신들이 사는 집, 그리고 앙케이트 답변들을 모았다. (개인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에서 이런 책이 나오다니! 증보판도 나온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팁을 배우려면 청담동에 있는 고급가구 매장 직원들, 모벨랩이나 비투프로젝트, 노르딕파크에서 오래 일한 직원들한테 눈도장 많이 찍어야 할텐데, 안목 높은 전문가들이 공개한 자기 집이다.

 

인테리어 타입은 대부분 북유럽 스타일이다. 원래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악투스에 들어갔을테니. 그렇다보니 내 취향과 맞는 인테리어들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도쿄나 오사카같은 대도시에 사는 젊은 샐러리맨인 직원들이 월세와 생활비에, 자기가 좋아하는 유명 디자이너의 값비싼 가구와 조명들까지 사 모으다보니 대부분의 집들이 원룸이고, 아니더라도 매우 좁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면서, 그 공간의 장점을 살리는 감각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에게 조금만 더 넓은 공간이 주어졌더라면, 더 창의적이고 깔끔할텐데 싶어 아쉬울 정도로.

 

루이스 폴센과 베르너 팬톤 조명, 한스 웨그너의 더 체어와 Y체어, 아르네 야콥센의 스완 체어, 세븐 체어와 앤트 체어는 정말 많이 나온다.

 

이런 까다로운 인테리어 홀릭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심미성과 기능성이 모두 뛰어나다는 뜻이겠지만 아무래도 좁은 공간에서 부피감이 적다는 장점때문에 일본에서 유독 더 선호되는 게 아닌가 싶다. 난 세븐 체어나 앤트 체어는 카피품을 많이 봐서 물린데다, 철제 다리 의자는 영 안땡기던데...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내년에 이사가는 새 집에 루이스 폴센 스노우볼 펜던트 조명을 달 생각이었는데, 스노우볼과 에니그마 425를 같이 보다보니 에니그마가 더 마음에 든다.(심지어 가격도 반값이고!)

 

사진 몇 장만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사진을 찍어 업로드한 페이지들은 내 취향에 더 맞는 공간들이다.

 

이 책의 소소한 재미는 12개의 앙케이트인데 10번 질문으로 좌우명은 왜 물어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머지는 인테리어 고수의 개성과 팁을 이끌어 내는 멋진 질문들이라 답변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짤막해도 실무전문가들의 내공이 느껴지더라. 보면서 감탄했던 답변들을 인용해 봤다.

 

4. 방을 잘 정돈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조언 한 마디.

 

- 손님을 자주 초대하자.
- 문이 달린 수납장을 마련한다.
- 하나를 들이면 하나를 보내라.
-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물건은 장식한다는 생각으로 정돈한다.

 

5. 집에 절대 두고 싶지 않은 것은?

 

- 따분한 디자인의 쓰레기통
- 캐릭터 상품
- '절대'까지는 아니지만, 플라스틱 제품
- 긴장감
- 대형 안마 의자와 홈쇼핑 등에서 판매하는 운동기구. 하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더라. 이미 들여놓았다.
- 임시방편으로 적당히 구입한 물건
- 좋아지지 않는 것

 

7. 인테리어를 세련되게 하는 결정적인 아이템이 있다면?

 

- 간접조명, 디자인계 거장의 의자와 식물
- 수제품과 골동품. 기성품에는 없는 독창성이 주인의 개성을 드러내기 때문
-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 세련된 수납장
- 조명, 식물
- 간접조명과 예술 작품, 그리고 관엽식물
- 간접조명, 의자와 식물, 예술 작품
- 하나라도 좋으니 명작으로 인정받은 조명과 의자
- 헌터 더글라스의 커튼. 써 보니 좋다.

 

8. 인테리어 센스를 연마하려면?

 

-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갖고 다양한 공간을 체험하자.
- 믹스&매치의 재미를 깨닫자(색과 색, 소재와 소재, 디자인과 디자인 등).
- 여행을 한다. 미술관, 샵, 레스트랑, 거리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곳을 구경한다.
- 새로 생긴 가게에 가보자. 패션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보며 감각을 기른다.
- 일본을 포함하여 전 세계의 다양한 호텔에 머물러 보면 어떨까.
- 자신이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다.
- 공간을 완성했다고 생각하지 말 것
- 보고, 흉내내고, 실험해 본다.
- 해외의 집을 구경하라.
- 자신의 취향을 하나로 단정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갖고 도전해볼 것.
- 아름다운 물건을 발견했다면 왜 아름답다고 느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 무언가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계기를 많이 만든다(다양한 것을 보고 감동한다).

 

9. 나에게 이상적인 집이란?

 

- 사람이 모이기 좋은 집
- 내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기획할 수 있는 집
- 가족과 친구 사이의 유대가 깊어지는 동시에 나 혼자만의 시간도 풍요로워지는 집
- 도시에 있으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집
- 하늘, 바람, 바다, 산이 느껴지는 집
- 모두가 모이고 싶어 하는 공간. 내가 좋아하는 것이 한데 모인 집

 

11. 좋은 가구란 어떤 가구인가?

 

- 직원들이 많이 쓰는 가구
- 주인에게 사랑받는 가구
- 대물림되는 가구
- 왠지 모르게 섬세함이 느껴지는 가구
- 지역과 시대에 관계없이 두루 쓰이는 가구
- 주인이 생의 마지막까지 쓴 가구
- 망가지면 수리해서라도 쓰고 싶은 것
- 다른 가구를 보거나 쓸 때마다 '역시 그게 좋아' 하며 절절한 애정을 느끼게 되는 가구
- 어떤 각도에서 봐도 나름의 장점이 있는 것
- 시각적, 촉각적으로 기분 좋은 것

 

12. 마지막으로, 인테리어란?

 

- 취향. 사는 사람의 취향이 조금이라도 드러나야 진정한 인테리어다.
- 실내외 공간뿐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모든 것들의 집합
- 결국은 자신의 개성으로 연결되는 것
- 매일의 인생을 즐겁고 풍요롭게 하는 것
- '사람, 물건, 공간'이 조화되어 늘 친구들이 모여드는 공간
-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향한 배려의 표현
- 자신을 위한 사치
- 인생을 나타내는 것. 그 사람의 집과 방을 살펴보면 인격과 인생, 지나온 시간을 알 수 있다.
-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인 곳. 집 안을 둘러보다가 가끔 히죽거리곤 한다.

 

마지막으로 편집자가 123명에게 던진 질문들에 대한 나의 답은 아래와 같다.

 

1. 집의 타이틀을 정한다면?
-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집이지만 ㅎㅎ)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품은 탑층 아파트

2. 인테리어 테마는?
- 일본풍을 가미한 미드 센추리 모던

3. 이 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 구니 오만 모델 55 확장형 티크 원형 식탁

4. 방을 잘 정돈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조언 한마디
- 방 한 칸을 보기 싫은 물건들을 죄다 보관하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5. 집에 절대 두고 싶지 않은 것은?
- 형광등, 쓰레드밀이나 숀리바이크같은 운동기구

6. 수집하는 것이 있는가?
- 책, 병술

7. 인테리어를 세련되게 하는 결정적인 아이템이 있다면?
- 간접조명, 토분에 심은 관엽식물, 은은한 아로마향

8. 인테리어 센스를 연마하려면?
- 여행을 많이 다니고, 출장이나 여행 때 기회가 되면 빈티지샾이나 벼룩시장에 최대한 많이 가본다.

9. 나에게 이상적인 집이란?
- 시야에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만 들어오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오래 머물다 가는 집

10. 좌우명은?
- 없다

11. 좋은 가구란 어떤 가구인가?
- 거리낌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생활에 유용한 예술품

12. 마지막으로 인테리어란?
- 내 오감을 사는 공간에 구현하고자 하는 부단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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