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생활명품'이라는 용어를 처음 유행시킨 선구자. 예전에 이 분이 쓰셨던 <윤광준의 생활용품>을 재미있게 읽었다.김정운씨의 <남자의 물건>이 이 책의 윤광준씨 책의 영향을 받아서 나왔고, 이 둘이 친한 사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네. 우리나라도 이제 일본처럼 5~60대 댄디한 아재들을 드물지 않게 될 듯 싶다.
이 모든 게 다 우리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되서겠지. 60년대 이후 맹렬하게 산업을 일으키고 수출산업에서 외화를 벌어온 분들 대부분은 이 책에 나오는 문건들을 찾아서 쓸 여유가 없으시겠지만, 고생하는 사람과 그 과실을 누리는 사람이 다른 건 흔하게 발견되는 시대의 역설이니. 온갖 수난은 테무진이 겪었지만, 5천만 명의 Y염색체 후손을 남기는 행운을 누린 건 황금씨족이 된 그의 손자들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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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좋은 물건 뒤엔 반드시 좋은 사람들이 있다. 물건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가 만드는 물건이 많은 사람을 이릅게 할 것이라는 확신은 멋졌다. 하나같이 진실하고 성실한 인품의 소유자들이었다. 어설픈 타협을 하지 않았고, 더디고 답답한 세월을 이겨낸 이들이기도 했다.
43쪽
생활의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일은 사치가 아니다. 살아가는 즐거움은 자신의 선택이 충족감과 연결될 때 커진다.
61쪽
파타고니아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뽑아낸 원사로 옷을 만든다. 얇은 재킷 하나를 만드는 데 약 34개의 페트병이 들어간다. 코튼 제품은 친환경 유기농 면화로 만든 원사만을 쓴다. 비용이 몇 배나 더 드는 것까지 감수하며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120쪽
몽벨의 컴팩트 드리퍼를 덜컥 사들였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드리퍼 속에 담긴 인간의 모습 때문이다. 단순함을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살아보면 안다. 이 작은 물건을 만드는 데는 아마도 수십 년의 경험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 담긴 흔적을 통해 읽어낼 내용은 자못 숙연하다.
223쪽
'책상 위에 놓인 물건은 그 사람의 관심과 전문성을 드러낸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작은 소품 하나라도 자기 표현의 방법이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255쪽
음식은 약이 아니다. 제대로 된 음식은 좋은 재료의 싱싱함을 먹는 일이다. 재료 본연의 맛과 효능을 뛰어넘는 요리사의 비법이란 과장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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