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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주]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2016)

독서일기/패션&인테리어

by 태즈매니언 2018. 7. 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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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 한승혜님덕분에 알게 된 책인데 약간 저렴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제와 달리 아주 만족스러워서 연말에 자체 시상할 '올해의 책' 후보로 올렸다. 작년에 출판된 김영준님의 <골목의 전쟁>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감동을 받았다. 올해 읽었던 한국인 저자의 책 중에 원 탑이다. 게다가 저자 이랑주님 본인이 상업공간에 대한 디자인 연출에 대한 실무와 컨설팅을 오래 해오셨다보니 디테일한 경험담이 풍부하다는 장점도 있다.

 

저자 이랑주님은 서문에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딱 하나다. 내 제품이 사람들의 눈에 즉시 띄고 사람들의 손에 즉각 가닿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하여 사람들이 너무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한 비용을 치르게 만들여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언급했는데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아서 펴낸 책이라 현학적인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특히, 공중접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소장하고 참고해야할 필독서가 아닐까 싶다. 이랑주님께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소매업 매장의 평균적인 오퍼레이션 수준에서 가장 떨어지는 부분이 공간디스플레이와 조명의 활용 부분이니 이 책에서 전수해주는 팁들을 활용하면 경쟁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난 우리나라 대학의 교수들이 실제로 자신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보다 과대대표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실무 전문가의 충실한 책들이 많이 나와서 치우친 상태를 균형으로 되돌려줬으면 좋겠다. 교보문고 광화문 본점이 리뉴얼되고나서 매대 공간을 희생하고, 300명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5만 년된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라이브 엣지 테이블을 설치한 안목에 감탄했는데 숨은 기획자가 이랑주님이었다는 사실 나도 처음 알았다.

 

특히 70:25:5의 법칙이 신기한게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아파트 거실 인테리어에서 바탕색인 베이지색(천장,벽지), 보조색인 갈색(티크 원목가구, 토분), 초록색(화분식물, 패브릭)의 비율이 대략 그정도일 때 시각적으로 가장 편안하고 예뻐보인다고 느꼈던 것 같다.

 

이 책에 담긴 노하우의 대기업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실험과 체득을 모은 심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한 자영업자라면 책 한 권 값으로 이런 노하우를 귀동냥해서 자신의 업장에 바로 활용해야하지 않을까? 메모하고 싶은 구절이 아주 많았는데 추리고 추려서 인용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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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길을 걷다 보면 나와 전혀 상관없는 곳인데 괜히 눈길이 가는 곳이 있다. 그냥 마음이 당기는 거다. 겉보기에 화려한 것에 사람들은 속지 않는다. 자신도 몰랐던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것에 사람들은 끌리게 되어 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은 그런 것이다.

 

24쪽

 

우리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시각적 이미지가 없는 기억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뭔가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도 시각적 요소가 결저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시각적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색상이다.

 

34쪽

 

사라지는 기억을 붙들려면 그것을 특정한 이미지와 긴밀하게 연결시켜야 한다. 패턴도 강력한 이미지 중 하나다.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핵심 콘텐츠를 패턴으로 이미지화하면 사람들은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도 그 패턴만 보고 곧바로 해당 상품을 떠올릴 수 있다.

 

38쪽

 

소재는 색상이나 패턴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소재는 구체적인 만큼 강렬함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51쪽

 

색상이 조화롭게 보일 때 그 비율은 70(기본 색상):25(보조 색상):5(주제 색상)이다. 이런 비율로 배색된 공간을 보면 사람들은 모든 게 잘 어우러져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느낌은 곧 맛있어 보이거나 멋있어 보이는 이미지와 연결된다.

 

65쪽

 

색상은 각자 파장을 가지고 있는데, 400nm~700nm 사이의 파장을 가진 가시광선 중에서 노란색은 565nm~590nm 정도로 길지도 짧지도 않은 중간 길이의 파장을 지닌 색상이다. 즉 물체가 노란색일 경우 눈 안에 상이 가장 정확히 맺히는데, 그래서 정확하게 인지되어야 하는 고속도로 중앙선, 안전 표지판, 유치원 버스 등에 노란색을 쓴다.

 

128쪽

 

우리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색온도는 일출 뒤 한 시간 후의 색온도, 즉 3500K이다. 감이 잘 안 온다면, 호텔 화장실의 약간 노란 빛을 떠올리면 된다. 호텔 화장실에 가면 셀카를 찍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생기지 않았던가.

 

156쪽

 

렘브란트의 그림처럼 빛의 강약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백화점을 한 곳만 들라면 나는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을 꼽겠다. 백화점 전체에 걸쳐 고객이 쇼핑하기 편리하도록 조도의 안배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이동하는 통로는 조도가 50~70lx 정도로 굉장히 낮은 대신 제품이 진열되어 있는 테이블 위의 조도는 약 2,440lx로, 통로와 무려 500배의 조도 차이를 둬 상품을 극적으로 연출했다. 이러한 조도 차이는 사람들을 천천히 걷게 만들고 상품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160쪽

 

빛의 역할은 음식 위의 고명과 같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맛있게 떡국을 끓였다 해도 그 위에 온갖 고명이 올라가 있지 않으면 덜 맛있어 보인다. 음식에서 고명은 마지막에 맛을 내주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 동시에 시각적으로도 음식의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한다. 빛의 역할도 그렇다.

 

187쪽

 

한 패밀리레스토랑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음식이 가장 맛있어 보이는 조명의 높이를 찾아냈다. (중략) 그 높이가 바로 76cm다. 이 패밀리레스트랑의 매뉴얼 북에 적힌 바에 따르면, 전 세계 매장의 조명 높이를 음식에서 76cm 떨어지는 위치로 통일했다.

 

232쪽

 

매장 입구에서 첫 번째로 마주하는 매대의 높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 번째 매대가 심장보다 높으면 고객이 불안감을 느껴 그곳을 회피한다. 전쟁이나 시위 현장에서 덩치가 가장 큰 군인이나 경찰을 제일 앞쪽에 배치하는 이유도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함인데,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그 같은 느낌을 주어서야 되겠는가. 즐거워야 할 쇼핑 공간에 공포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258쪽

 

사람들은 물건을 사면서 '가치'도 함께 산다. 우리가 흔히 하곤 하는 "살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을 판매자의 입장에서 바꾸어보면 "내가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철학이 있다"라는 말과 같다. 그런데 그 철학은 분명히 전달되어야 한다. 전달되지 않은 철학은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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