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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코언/김윤경 역] 돌아온 희생자들(2011)

독서일기/러시아

by 태즈매니언 2020. 3. 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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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파괴된 사람들의 일상에 이어 스탈린의 대숙청 시기 강제수용소 굴라그(Gulag)에서 험난한 세월을 보내고 돌아온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며 일요일 저녁을 보냈다.

 

스탈린 치하(1929~1953)가 워낙 길어서 그 시기 굴라그 수용자들의 숫자는 1,200~1,400만 명 정도라고 추정될 뿐인데, 솔제니친의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처럼 굴라그의 실태에 대해서만 좀 봤지 굴라그에서 나오고 복권된 이들의 후일담을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이 흐루쇼프 이후의 소비에트 사회사를 이해하는데 유용하네.

 

1980년대 모스크바에 합법적으로 체재했던 저자는 니콜라이 부하린의 유족과 주변인들을 중심으로 대략 60여 명의 숙청 희생자들의 구술과 기록을 확보하게 되는데 엘리트 위주로 치우치게 된 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스탈린시대 보통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속삭이는 사회>를 추천받았다.)

 

스탈린 사후에 권력을 잡은 당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그에 대해 많이 배웠다.

 

아직 권력기반이 확고하지 않아 주변에서 많이 만류했는데도 불구하고 1956년 2월, 제20차 당대회에서 1,400명의 대의원들을 앞에 두고 4시간에 걸쳐서 대규모 탄압을 일삼은 스탈린을 비판했었다니. 1962년에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출판된 것도 흐루쇼프가 밀어붙여서 가능했었구나.

 

희생자들 중 일부긴 하지만 흐루쇼프 치세 하에 70~80만 명이라도 복권된 게 저자의 분석처럼 상대적으로 피를 덜묻힌 입장에서 스탈린의 늙은 부하들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전술때문은 아니었다고 본다.

 

나는 임명묵님의 글을 읽고서 대한민국의 제13대 대통령 노태우에 대해 재평가를 하게 되었는데, 흐루쇼프와 노태우가 꼭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역사적 재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가 없는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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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쪽

 

흐루쇼프 정권에서 제정한 법령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박탈과 고통의 세월에 대해 재정적 보상 그 비슷한 어떤 것도 받지 못한 귀환자가 수두룩했다. 일반적인 공식 배상금의 경우 겨우 체포 전 봉급 두 달 치였다. 또한 체포나 형을 선고받기 전 거의 예외 없이 몰수당했던 아파트, 책, 가재도구 등 개인 재산을 되찾은 이가 드물었기 때문에 이들의 손실은 더욱 컸다. 이따금 법원에서 부분적 보상을 하라고 승인한 건에 대해서도 집행은 잘 이뤄지지 않았다.

 

116쪽

 

대부분의 대면은 공공장소에서 의도치 않게 이뤄졌다. 어떤 귀환자는 자신을 고문했던 남자의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돌연 사망하는가 하면, 또 다른 귀환자는 자신을 담당했던 취조관의 눈에서 '죽음의 공포'를 보았다. 어떤 여자는 자신이 밀고했던 희생자와 마주치자 뇌졸중으로 몸이 마비되었다.

 

190쪽

 

부하린을 복권시키는 일은 고르바초프가 1985년 취임 후 무대 뒤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투쟁 중 하나였다. 당시 당내 후계 세력 중 한 명이었던 미래의 과격주의자 보리스 옐친조차 '아직 이르다'면서 반대했지만, 고르바초프는 '이미 늦었다'고 주장했다. 고르바초프는 1987년이 되어서야 오랫동안 금지되었던 흐루쇼프의 반스탈린주의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여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실질적인 범죄'의 책임을 스탈린 개인에게 돌릴 수 있었다.

(중략)

흐루쇼프의 위원회는 70만 명을 복권시키는 데 8년이 걸렸지만, 고르바초프는 2년 만에 100만 명 이상의 무죄를 인정해주었고, 1991년에는 스탈린의 남은 희생자를 모두 복권시킨다는 내용의 포괄적인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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