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권의 서평집을 내신 분들은 봤지만 한국에 서평가란 직업(무려 5년 넘게..)을 가진 분이 있는지 몰랐다. 게다가 계속 쇠락해가는 단행본 출판시장과 독서시장에 대해 나이브한 낭만에 빠진 청년도 아니다.
금정연 작가님의 전 직장은 연매출 3,500억 원 이상을 올리는 국내 온라인서점의 강자 알라딘의 '인문 MD"로 일하다가 퇴사 후 전업 서평가가 되었다고 한다.
온라인 서점의 MD라면 국내에 출간된 자기 분야의 온갖 책들을 읽고 추천할 수 있는 멋진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 퇴사하셨는지 충분히 알겠더라.
동물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은 수의사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일하다보면 안락사도 시켜야 하고, 비용문제로 치료를 포기해야 매출을 올리고 자기 소득이 발생하니.
세상에 보석같은 좋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런 책들이 1쇄도 다 못 팔고 재고로 쌓여있는 상황에서 <시크릿>, <더 해빙>, <에이트>같은 쓰레기들을 좋은 자리에 배치하고, 사람들이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일을 매일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베스트셀러 서평을 쓰느라 싫은 책을 꾸역꾸역 읽다가 장이 탈이 나버린 한 승혜님 생각도 났다.)
비록, 스타일이 내 취향은 아니었고, 소개하는 책들 중에 내가 읽어 본 책은 세 권 뿐이었지만 프로 서평가 금정연님의 꾸준한 활동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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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쪽
"(장 그르니에가 까뮈에게) 당신이 내게 신세진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나를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의 나이가 아주 어렸었다는 이유 바로 그것밖에 없습니다."
183쪽
진정성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허무한 삶에 의미를 되돌려줄 '최종 해결책'으로서의 진정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다들 그렇게 진정성을 갈망한다는데 어째서 세상은 날마다 점점 더 진정성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일까? 그것은 진정성 추구가 지위 경쟁의 한 형태이며 과시용 소비와 과거로의 회귀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고투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도리어 악화시킨다.
204쪽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그가 논리를 쌓고 다시 그것을 비트는 방식이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의 배열이다. 솜사탕은 설탕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솜사탕을 묘사하거나 그것의 재료가 굳이 설탕임을 설명하거나 작은 통에 욱여넣으려 애쓰는 대신 당신에게 솜사탕 한 조각을 떼어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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