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렇게 요즘 내가 관심있는 소재에 대한 책이라니. 20대 후반에 양평의 끝자락으로 귀촌해서 벌써 10년 이상 살고 계신 화가의 수기인데 제목이나 표지 모두 녹음이 짙은 늦여름에 어울리지 않나? 표지로 사용된 그림의 제목은 <사회적 의무 & 맑은 공기>(2016) 한승혜님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5도2촌은 아니지만 남들이 보기에 뭘 하는지 모르겠는 느슨한 귀촌생활을 하는 40대 전원생활자가 최근까지 겪은 경험담이라 충분히 내가 겪을 수 있겠다 싶은 에피소드들이 많다. 나는 경험못할 시골사는 애묘인 싱글 여성의 고충도 한가득이라 이 카테고리에 묶이면서 귀촌생활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한다.
(자녀가 있고 주말 세컨하우스를 생각하시면 바바 미오리의 <주말엔 시골생활>을 권한다.)
책을 덮고 나니 정원에서 마주치는 생물들과 같은 동네 이웃주민들과의 거리를 노석미 작가님처럼 유지해야겠다는 각오가 남는다.
빌려온 책 다 읽었고 도서관도 무기한 휴관이니 이제 사둔 책을 읽어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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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쪽
"비싼 돈 주고 큰 나무 사다가 심지 마, 그래봤자 묘목 심은 거랑 2, 3년 지나면 똑같아져. 오히려 묘목이 더 건강하게 잘 큰다구...."
140쪽
새를 관찰하기엔 겨울이 좋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버드 피더는 그들을 유인할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는 실내의 창가에서 잘 볼 수 있는 위치의 보리수나무에 버드 피더를 매달았다.
207쪽
누군가에겐 내가 또다른 환경이 될 수 있다. 내가 정원을 예쁘게 가꾸면 이웃이 들여다보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정원을 가꾼다. 이웃의 잘 구획된 밭을 보고 돌아와 흠.... 나도 다시 잘해봐야지 한다. 내가 이웃에게 꽃이나 묘목을 나눠드리면 이웃의 정원에 꽃과 나무가 늘어난다. 점점 더 좋은 환경에 내가 살게 되는 것이다.
233쪽
나는 목수라 지칭되는 이들을 여럿 만났다. 그 와중에 나는 전문가라는 단어를 떠올려야만 했는데 그들은 처음 만날 때는 전문가인 척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했고, 일을 대충 끝내고 그 일에 대한 대가를 받고는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사라지기 바쁜 인상을 주었다.
275쪽
토박이라 불리는 그 이웃들과 잘 지내려면 새로 이주해온 자가 그들을 위협하지도 번거롭게 하지도 불이익을 주지도 않는, 그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임이 확인되어야 가능하다. 그 이후 이방인 딱지가 점점 흐릿하게 되었을 때, 어이...어디 사는 누구네, 로 불리며 비로 서로가 편해질 수 있는 날이 온다.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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