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님의 추천이 없었더라면 책날개의 저자약력과 추천사를 적은 정치인들 명단만 보고 바로 덮었을 책.
20대 초반부터 국회의원 선거에 세 번 도전했고, 당내 전국청년위원장 선거에 도전했다는데, 30대 중반에 스스로에게(어머님이 수여한 임명장이라곤 하지만..) '지구촌장'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한 건 자아가 너무 비대한 게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 안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보다 보니 도움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저자가 2년 동안 61개국 157개 도시를 누비면서 견문한 쓰레기 문제에 대한 여러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문제의식과 제도설계 사례, 주민들과 기업들의 자기네 사정에 맞는 노력과 사업모델들을 소개해준 내용들, 전세계에서 쓰레기를 수입해서 처리하던 중국이 2018년부터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 이후 세계 각국에 끼친 영향들.
소개된 사례들 중에서는 중국 산둥성 제남시에 있는, 바퀴벌레 40억 마리에게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로 사육하면서 하루에 200톤을 처리하고, 바퀴벌레가 깐 알이나 걸러진 죽은 바퀴벌레에서 얻은 영양퇴비로 유리온실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사례가 가장 인상깊었다.
(설국열차시대에도 살아남을 듯.)
저자 분이 지금도 계속 정치를 하시는 것 같은데, 세계를 여행하며 참고했거나 본인이 떠올린 아이디어로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시범/지원사업이나 스타트업을 통해 실천을 해본 다음에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 어떨까 싶었다.
제도를 설계하려면 실무를 알아야 하고, 실무를 이해하려면 관습과 제도를 숙지해야 하는데, 문제제기로 끝난다면 본인이 정치인으로 성장하는데도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예를 들어 장례식장에서 튼튼한 플라스틱 접시와 컵을 주고 한꺼번에 수거해서 세척 후 다시 반납해주는 사업모델을 제시했는데, 지금처럼 회사에서 복지제도로 회사로고가 찍힌 일회용품들을 제공하는 상조문화에서 모든 장례식장에 일회용품 사용금지를 강제하지 않는 이상 이게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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