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축사협회에 쓴소리를 많이 하시는 세종시의 건축가 이양재 건축사님께서 사무소에서 건축설계감리 계약을 체결하신 건축주들에게 즐겨 선물한다는 책이라고 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저자 마스다 스스무씨는 일본 요코하마시의 건축가인데, 인상깊었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모델이자 일본 주택건축의 명인 요시무라 준조의 사무소에서 오래 일했던 분이라고 한다.
이런 종류의 책들을 십수 권은 봤다고 생각했는데 '머리말'부터 인상깊었다. 주택은 일반인들도 어릴 적부터 경험해본 공간이라 이런저런 사진과 도면들을 참고해서 평면도를 그려보기도 하는데, 주택의 설계가 왜 전문가의 영역인지, 건축 설계를 하는 사람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부드럽게 알려주는 책이다.
일본의 목조건축이 이미 에도시대 때부터 창호같은 자재들까지, 척관법이라는 단위에 따라 모듈화해온 전통이 있었겠기에 19세기 초반 서구의 건축가들이 일본의 전통건축에서 모더니즘 아이디어를 차용하기도 했겠지.
주택을 짓거나 개축하고자 하는 예비 건축주나 건축설계를 진로로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자자 두 번째 사진에 나오는 퀴즈에 대한 답을 줘보시죠. 참고로 저는 틀렸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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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의 절반 이상은 극히 평범한 주택에 당연한 것처럼 만들어져 있는 공간과 장치에도 그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렇게 되어온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주 평범한 일반적인 주택에도 여기저기 '그렇구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지식과 지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도 알아주었으면 합나디ㅏ. 그리고 그러한 깨달음을 기반으로 지금 여러분이 살고 있는 곳, 익숙한 주택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는 취지의 책입니다.
8쪽
주택 설계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차이는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차이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차이는 걸음이 얼마나 빠른가가 아니라 얼마나 적절한 길(프로세스)를 선택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루트를 얼마나 낭비없이 갈 수 있는가가 중요한데, 이 때 베터랑이 손에 들고 있는 컴퍼스는 특별히 좋은 물건이 아닙니다. 극히 평범한 도구를 당연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을 분입니다.
132쪽
설계나 디자인은 사실 '창조적인 행위'이기 전에 '버리는 결심'이기도 하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인가를 깨끗하게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CUT & GET. 물론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미련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방침의 견지'다. 힘들게 결정한 방침을 뒤집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그러나 그것조차 포함해서 CUT & GET을 적절히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변심해도 상관없다. 설계란 진전을 확인하면서 변하기 때문이다.
153쪽
설계 실무를 하다보면 가끔 침식을 잊을 만큼 재미있다. 그런 까닭에 주의하지 않으면 '설계를 위한 설계' '디테일을 위한 디테일'에 빠지기 쉽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햇는 '충혈된 눈'에서 '보통 눈'으로 자신을 되돌리지 않으면 안 되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때까지 계속 이어진 시행착오에서 비롯된 여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택의 세부 설계 중에는 머리를 쥐어짜낸 끝에 탄생하는 발상과 기술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그것만큼이나 '평범한 기술'도 소중한 것이다. 내가 요시무라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은 수많은 독특한 발상과 기술뿐만 아니라 평범한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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