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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 초보 잡부 장씨의 상수도 연결공사 체험기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3. 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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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18화 : 초보 잡부 장씨의 상수도 연결공사 체험기

 

오늘은 상수도 연결공사를 하는 날. 조언을 구했던 상수도 연결방안 1~3안 중에서 저는 3안을 선택했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씨 어르신께서 다음주에 밭에 파종하시기 전에 공사를 해야해서 오늘로 잡았습니다.

 

등산화에 더러워져도 되는 복장으로 약속한 10시에 이장님댁으로 갔습니다. 그걸로는 안된다며 빌려주신 장화를 신으니 작업력이 상승한 기분이 드네요.

 

우선 이장님 트럭을 타고 규모가 큰 건자재상에서 15mm XL관 80m 한 롤, 토이론 2m*30개와 부동수전 2개, 배관 연결부속을 사서 돌아옵니다.

 

오늘의 일꾼은 구보타 굴삭기를 빌려오신 이장님, 그리고 초보 잡부 장씨입니다. 70대이신 이웃 신씨 어르신은 작업 감독이셨고요.

 

이장님과 교대로 마을도로 옆 공주시 상수도관 매설구 앞을 열심히 삽질했는데 15mm 연결관이 너무 안나오네요. 복숭아나무때문에 작업반경이 여의치 않았지만 결국 굴삭기가 투입되어서 1m이상 내려가니 관이 나왔습니다. 이장님은 굴삭기 운전도 정말 잘하시네요.

 

이장님께서 XL관을 연결하시고 저는 20T 토이론(폴리에틸렌 보온재)을 쌌습니다. 우선 신씨 어르신 야외 수돗가에 부동전을 하나 놓고 문제 없이 수도가 잘 나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굴삭기가 신씨 어르신네 밭의 사면을 따라 내려가며 땅을 공주시 동결심도 를 약간 상회하는 80cm 깊이로 팝니다. 저는 그 사이에 XL관에 토이론을 끼워놓고 토이론 연결부위를 접착 테이프로 감싼 후 보온테이블을 감아 묶습니다.

 

봄이 가까운 휴일이라 그런지 동네 분들 네 분이 공사하는 걸 구경하시며 초보 잡부에게 이런저런 훈수를 놓으십니다. 처음 해보는 티가 난다고 하시네요.

 

이장님과 굴삭기가 일을 다하니 할 일도 없어서 저도 구경꾼이 되서 마을 분들과 잡담을 나눴습니다. 구경하시는 분들을 대접하기엔 새참으로 준비해온 빵과 음료수가 부족해서 중식당에 요리 3개를 배달 주문하고,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소주와 막걸리, 딸기를 한 박스씩 사왔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접에 다들 즐거워하시네요. 그 사이에도 열 일하는 이장님과 굴삭기. 폴리카보네이트 온실에 놓을 부동수전 위치를 잡았습니다. 50m 줄자도 가져왔는데 결국은 눈대중으로 했네요.

 

이제는 흙 되메우기 입니다. 배관이 가운데로 평평하게 위치되도록 제가 중간중간 몇 삽을 파서 아래로 던집니다. 80cm는 충분히 넘었고, 대략 1m 깊이라 든든하네요.

 

1일 공사감독 신씨 어르신의 지시대로 T자 부속으로 수도관을 분기해서 연결한 부동수전 바닥에는 관에서 빠지는 물이 밑으로 잘 빠지도록 자갈을 깔아줬습니다.

 

묻기 전에 부동수전을 틀어보니 물이 콸콸 쏟아져나옵니다! 시 상수도관에서 60m 가량 연결했는데, 수압이 무척 쎄서 안심이에요. 어차피 텃밭이나 유실수에 물줄 때는 호스에 연결할거라 부동수전을 땅에 깊이 묻습니다.

 

농막으로 들어가는 상수도관은 나중에 하수도 및 정화조 배관과 같이 공사할 예정이라 T자로 연결된 배관 끝에 마구리 부속으로 막고, 흙을 되메웁니다. 관을 묻고 되메우는데 왜 덮는 흙이 모자라 보이는지 신기하데요.

 

흙 되메우기 작업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에 휴대전화 배터리가 나가서 마무리한 사진을 못찍었어요. 이장님께서 굴삭기로 부동수전 주변 바닥다짐 작업까지 충실히 해주셨습니다. 제가 이장님 땅을 살 때 상수도 연결을 해주시기로 한 약속을 완벽하게 지켜주셨죠.

 

동네 분들과 배달받은 새참으로 술잔을 좀 기울이고(이장님과 저는 막걸리 한 잔만 마셨습니다.) 쉬다가 했더니 저녁이 다 되서 끝났습니다.

 

신씨 어르신께서 남은 자재는 자택 비가림 공간에 놓고 가라고 해주신 덕분에 가벼운 손으로 이장님 사모님께서 챙겨주신 볶은 서리태 한 통을 챙겨서 룰루랄라 귀가했습니다.

 

제가 한 건 별로 없지만 전혀 몰랐던 일을 해보고, 일이 제대로 완성되는 걸 보고 돌아오니 기분이 참 좋네요.

 

자재비가 19만 원, 점심식사와 새참(빵+우유+술+안주)비용 18만 원이 들었고, 한사코 안받으려고 하시는 이장님께 경유값과 굴삭기 대여비는 받아주시라고 봉투에 30만 원을, 본인 밭을 지나서 배관을 묻게 허락해주셨고, 굴삭기로 작업하느라 봄동하고 쪽파를 심은 텃밭이 엉망이 된 신씨 어르신께는 ‘나중에 담배 한 보루면 된다.’시며 한사코 손사래를 치시는 걸 빌다시피해서 20만 원 봉투를 억지로 드리고 왔습니다. 근래에 했던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지출이었어요.

 

오늘 밤은 달게 잘 것 같습니다.

 

이장님께서 빌려주신 작업 장화

난생 처음 가보는 건자재 판매상

2미터 길이의 20T 보온재(토이론) 30개와 80m 길이의 15mm XL관 한 롤
구매내역서입니다. 현금으로 드러니 19만 원만 받으시네요. 
잡부 장씨와 이장님이 교대로 삽질하다가 힘들어서 결국 굴삭기 투입. 

 

땅을 파다가 나온 마 뿌리 ㅎㅎ
굴삭기의 활약으로 공주시 상수도관에서 나온 15mm 연결구 발견!
신씨 어르신네 야외 수돗가에 설치할 부동수전과 배관. 본인 밭을 파고 상수도관을 묻게 허락해주셨는데 이렇게 도움 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반대쪽을 임시로 막고 문제 없이 물이 잘 나오는지 확인했는데 성공입니다. 
초보잡부 장씨가 XL관에 토이론을 열심히 끼워넣었습니다. 
2m짜리 토이론이 연결되는 부위에는 투명 테이프를 붙이고 보온테이프를 둘러 묵었습니다. 
그 사이에 열심히 땅을 파는 굴삭기. 신씨 어르신께서는 토이론을 안두르고 그렇게 깊이 안파도 겨울에 괜찮다고 하셨지만, 이장님께서는 제 부탁대로 80cm 이상 깊이로 파주셨습니다. 
쭉쭉 나가는 굴삭기. 중간에 배고파서 경유 20리터 드링킹
온실 텃밭용 부동수전 위치를 잡았습니다. 
T자 연결 부속
감동적이네요. 기반시설 중에 상수도 연결 성공!
이제 흙되메우기 중. 저 뒤에 굴삭기를 실어온 트럭이 보이네요. 
끝이 보입니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나가는 바람에 마무리 사진을 남기지 못해서 이게 마지막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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