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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 좁은 공간의 치장, 아파트에서 못해본 것들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3. 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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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17화 : 좁은 공간의 치장, 아파트에서 못해본 것들

 

아직 진행 중인 상태에서도 농막을 갖기 위해 결정할 것들이 참 많다는 걸 보여드렸습니다. 주문자들은 여기까지만 고민해도 충분하지요. 농막의 사소한 치장까지 결정하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실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의사결정을 위한 인지능력은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게다가 재질과 색상, 디자인 등이 다양하고, 기본적인 기능은 거의 비슷한데 가격 차이는 10배 이상도 나니 탐색에 에너지를 써가며 몇 배 더 비싼 자재로 치장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생길만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치장 자재와 주방 설비의 선택이 케이크의 크림장식이나 디저트를 고르는 것처럼 즐거운 경험같아서 기본모델대로 해달라고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건축주라야 누릴 수 있는 호사를 일부나마 체험해볼 기회였으니까요.

그래서 아파트에서 살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에 돈을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1. 현관 타일

 

요즘 아파트 현관의 타일들은 보통 큼직한 포슬린이나 유광 폴리싱 재질을 많이 쓰고, 여러 사람의 취향에 거스르지 않고 무난해야 하는 특성상 국민색상인 회색계열이 많습니다.

 

비바람이나 오염문제로 타일을 배제하긴 어렵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나갈 때 매번 보는 게 현관 바닥이니 화사한 타일을 깔아보고 싶었습니다. 어차피 신발 세 켤레만 놓을 수 있는 폭 1미터, 깊이 420mm 가량의 좁은 농막 현관이고 벽과 천창이 자작합판 마감이니 단조로운 느낌을 덜어낼 포인트도 필요했죠.

 

좁은 공간이고 시공의 편의성을 의해 기본 타일과 같은 20각 타일(200mm*200mm)을 선택했습니다. 온장으로 겨우 10장 정도 깔 수 있는 면적이라 타일 가격이 비싸더라도 예쁜 타일을 쓰고 싶어서 논현동 윤현상재와 근처 타일전문점들을 둘러봤는데 200각 타일은 주력제품이 아니어서인지 마음에 드는 타일을 못찾았습니다.

 

그래서 춘천의 플레인호텔에서 보고 마음에 들었던 모로코 스타일의 엔커스틱 수입 타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성수동의 키앤호 쇼룸에 구경갔습니다. 샘플 한 장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다른 매장들과 달리 여러 장을 붙여놓았을 때의 느낌을 볼 수 있어서 좋더군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초록색과 붉은색이 섞인 디자인을 골랐는데 하필 품절이네요. 그래서 다시 고심하다가 온장을 10장 정도밖에 못깐다는 걸 감안해서 문양이 작은 디자인으로 골라봤습니다. 두께가 16mm로 일반 8mm타일의 두 배라지만 10장의 가격이 63,000원이니 비싸죠. 재단해서 측면에 붙일 것까지 16장 주문해서 마룸으로 바로 보냈습니다. 10만 원 가량 들었지만 예쁠 것 같아 기대됩니다.

 

2. 르그랑 아테오 스위치/전기 아울렛

 

제가 살고 있는 신축 푸르지오아파트(대우건설 충성충성)에 만족하고 있지만 불만스러운 것 중 하나가 전등 스위치와 전기 아울렛입니다. 터치패드로 되어 있는 것도 많고, 거실과 침실등은 대부분 필립스 HUE iOT로 스마트폰으로 조작하긴 합니다. 문제는 화장실이나 주방 스위치는 직접 눌러야 하는데 누를 때마다 촉감이나 딸깍 소리가 마음에 안들엇습니다. 전기 아울렛도 뻑뻑해서 플러그를 탈착할 때마다 힘을 줘야 해서 고역이고요.

 

아마 개당 1-2천 원에 납품받은 제품이겠죠. 색상은 무난하게 흰색이고요. 기능상 차이가 없으니 원가 절감을 하는 시공사들이 충분히 이해 됩니다. 더 비싼 자재를 구매해서 시공해도 자랑거리로 삼을 차별화 포인트도 아니니까요.

 

설치할 콘센트와 전기 아울렛이 몇 개 안되니 이왕이면 좋은 걸 써보고 싶었습니다. 독일의 융(jung)사 제품이 좋다고 추천받았고 사진상 디자인이 예뻤지만, 실제로 조작해보지 못했습니다. 가격도 제일 비싸고 시공방식이 국내 제품과 다르다고 해서 제외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만져봤을 때 만족했고, 국내 기성제품과 같은 방식인 프랑스회사 르그랑의 아테오 라인 제품을 골랐습니다. 마룸 정실장님께서 따로 비용 청구 없이 이 제품으로 해주시기로 했고, 색상은 실버를 추천해주셔서 ‘펄알루’나 ‘그라파이트’ 색상을 쓰게될 것 같습니다.

 

3. 개수대

 

개수대는 식재료를 씻거나 설거지하며 자주 사용하는 공간이니 넓을수록 좋습니다. 아파트에서 써보니 식기건조대가 옆에 있으면 불편해서 저는 아예 떼어놓았고요. 그래서 최대한 넓은 싱글싱크로 하려고 했는데 조리대 전체길이가 2m에 깊이가 700mm라 마냥 늘릴 수가 없었습니다.

 

마룸에서 제작하는 조리대에 이케아의 삽입식 씽크를 시공해왔다는데 저는 기본모델에 포함된 46cm*40cm 사이즈의 퓐디그는 너무 작을 것 같아서 마룸 정실장님께서 추천해주신 76cm*55cm 사이즈의 보홀멘을 골랐습니다. 직각으로 선이 딱 떨어지는 개수대가 예뻐보였지만 물이 많이 튄다는 사용 경험담을 듣고 포기했지요.

 

4. 수전

 

지금까지 제가 집에서 사용해온 모든 수전들은 자바라 호스로 늘일 수 있는 크롬 도금 수전이었습니다. 콜러와 같은 고급 수전은 못써보더라도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물성이 느껴지는 수전을 써보고 싶었지요.

 

그리고 손잡이가 옆에 따로 달린 제품들은 써보니 불편하고 물 때도 잘 끼어서 심플한 디자인의 이케아 보셴을 골랐습니다. 자바라가 없으니 큰 냄비같은 걸 씻을 때 불편하겠지만 예쁘지 않나요?

 

5. 일체형 욕실 설비

 

보신 것처럼 농막공간의 제약상 화장실의 실내 면적이 900mm*2,000m로 좁아서 변기+세면대+샤워기의 일반적인 3피스 구성이 어렵습니다. 물론 세면대를 화장실 오르내리기 창문 밑에 놓으면 가능하지만 화장실 문을 열어놨을 때 면도기와 칫솔 등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 싫어서 제외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국내회사에서 세면대와 샤워기를 합치고 세면용품들을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는 제품 패키지를 판매하더군요. 물론 시공은 연결된 시공업체를 통해 별도로 해야합니다. 마룸에서 욕실의 벽과 바닥에 시공하는 타일이 사진에 배경으로 나오는 타일과 디자인 및 색상이 거의 같습니다.

 

공급되는 상수도의 수압을 확신할 수 없어서 직수식 일체형 비데 변기는 선택하지 않았고, 스커트형 양변기의 변좌에 부착하는 비데 제품을 따로 구매할 예정입니다. 물 내려가는 소리가 크더라도 변기가 막힐 우려가 없는 제품을 사고싶었는데 요즘은 환경부에서 1회 사용량 6리터 이하인 절수형 양변기 사용을 의무화해서 9리터 변기를 살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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