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19화 : 제작회사의 농막 현장 사전확인
초보 잡부 장씨가 상수도 연결공사하던 주말 오후에 미리 잡은 약속에 따라 ‘리버티6’ 농막을 제작해주시는 마룸 이대표님과 정실장님께서 휴일 오전 상담을 마치시고 함평에서 공주까지 먼 길을 와주셨습니다.
이동식 주택 제조회사 마룸은 반드시 계약 후 농막의 출고부터 설치하는데 장애물이나 문제가 없는지 이렇게 현장에 오셔서 사전확인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트럭이나 저상 트레일러가 지나갈 수 없는 낮은 터널, 좁은 교차로, 늦게 늘어진 전선, 상차된 건물을 긁어서 생채기를 내는 나뭇가지, 작업할 공간이나 지반이 크레인 하차작업에 지장이 없는지를 확인하
기 위해서라네요.
두 분께서 현장을 보셨는데 제가 2차선 마을 도로에서 신씨 어르신네 밭에서 크레인이 농막을 떠서 아래쪽의 제 밭으로 하차하는 방법은 아래의 이유로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첫째, 밭 진입로가 좁아서 25톤 크레인이 들어갈 수가 없고 도로 가드레일을 두 개쯤 뜯어야 합니다. 지자체가 설치한 교통안전시설을 허가없이 임의로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는 것도 부담스럽죠.
둘째, 신씨 어르신네 밭으로 25톤 크레인이 진입하려면 도로와 단차가 있는 공간을 잡석이나 파쇄석으로 메꿔서 경사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크레인이 나온 이후에 다시 그 자갈을 치우는 것도 일입니다.
셋째, 신씨 어르신네 밭보다 2미터 가량 낮은 위치라 25톤 크레인으로도 제가 원하는 밭의 한가운데로는 위치시킬 수 없다고 합니다. 가까운 북서쪽으로 농막을 붙여야 하는데 그럼 제 배치계획이 다 변경되어야 하죠.
넷째, 5월말이면 다음주에 파종한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텐데, 보상을 해드린다고 하더라도 작물을 다 죽이고, 이랑을 뭉개놓는 걸 양해해달라고 하기는 부담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제방길에 크레인 이동을 제약하는 전봇대와 전선이 없어서 제방길을 통해 들어오는 게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지금 진입로가 크레인이 진입하기 빠듯한 너비라 양쪽으로 진입로를 꼭 넓혀달라고 하셨습니다. 이장님 말씀 들어보니 어차피 국유지라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문제를 지적하신 게 아무리 며칠 전 큰 비가 내린 후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봤던 현장 중에서 흙이 가장 무른 편이라 크레인 작업 공간(다리를 내려놓는 공간 포함)에 최소한 마사토를 15cm 이상 깔고, 그 위에 잡석이나 파쇄석을 깔아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층고 3.9미터 모델이다보니 제방길에 있는 밤나무 가지 중에 농막에 걸려서 상처를 낼만한 게 보이는데, 다행히 주인이 있는 나무가 아니라 도로쪽으로 나온 가지를 쳐내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출고 전날 직원들이 미리 와서 주춧돌 작업하면서 걸릴 것 같은 가치를 자르기로 했는데, 혹시 주민분들과 민원이 생길 수 있으니 제가 현장에 나와있기로 했습니다.
제방길이 폭 2.5미터 밖에 되지 않아서 저상트레일러가 들어오기 어렵다보니 목적지 900미터 앞의 도로가 넓은 곳에서 25톤 크레인으로 저상 트레일러가 싣고 온 농막을 7톤 트럭으로 옮기고, 25톤 크레인이 먼저 제 밭에 자리를 잡고, 7톤 트럭이 농막을 싣고 제방길로 들어오면, 농막을 들어서 제 위치에 놓는 식으로 하차와 상차 작업이 한 번 더 추가되는 까다로운 설치가 될 예정입니다.
저는 출고 전에 할 일들을 해야지요. 어떤 일들이 남았는지는 다음 화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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