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이사온 일산의 아파트 단지는 조경에 신경을 많이 쓴 덕분에 올 때마다 새로운 꽃들이 이어 달리듯 피어나서 보는 즐거움을 줍니다.
(대신에 분리수거는 토요일 14시부터 일요일 14시까지 만 하루 뿐 ㅠ.ㅠ)
이번 주말엔 활짝 핀 장미 트렐리스, 노란 통붓꽃과 함께 잘 익은 앵두가 있네요. 기억 속에서 제 스스로 따먹었던 첫 열매인 앵두를 우물거리며 간만에 책을 읽었습니다.
승혜님을 제가 찾아 읽지 않는 분야의 훌륭한 책들을 많이 추천해주시는 엄청난 독서가로 처음 알게 되었고, 그 다음엔 페북의 일상글들로 전 경험해볼 못한 경력단절 여성과 육아의 세계가 인상깊었습니다.
아이가 없는 40대 유부남으로 지내다보니 30대 여성 가정주부와 교류할 일이 잘 없거든요. 기회가 생겨도 주로 그들의 배우자와 잠깐씩 같이 보게 되는 정도여서요. 제가 요즘의 육아에 대해 알게된 지식들은 대부분 승혜님을 비롯한 페친님들의 경험담에서 나왔죠.
페북에서만 보기 아깝다 싶었던 글들이 서울신문 칼럼기고를 통해서 다수이지만 자기 이야기를 할 자리가 없었던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악플도 불러오는 모습들을 지난 3년 간 지켜봤습니다.
‘다정한 무관심’에서 소개된 승혜님의 다양한 고민들이 핵가족 외의 1차 집단이 거의 사라져버린 한국사회에서, 유튭 채널이나 짤막짤막한 펌글로는 채워지지 않는, 지혜로운 사촌동생 또는 이모의 이야기같은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고 느낍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보이는 시선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소수자들이 늘어갈수록 우리 사회가 보다 행복한 사회가 되어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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