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신문을 운영하는 수의사님이 쓴 펫 로스(pet loss)에 관한 책입니다.
어릴 적에 키우다가 외갓집으로 보냈던 병아리나 물고기, 곤충류 말고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는 반려동물을 키울 자신이 없었는데, 최근들어서 반려동물들에 관심이 생기네요. 예쁘고 귀여운 펫 사진들을 볼 때면 더 그렇고요.
아직은 마음이 움직이는 정도라 펫과의 마지막, 이별 후의 감정에 대해 알아보고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어서 교재라고 생각하며 집어들었습니다.
수의사로서 저자의 경험과 함께 뒷부분으로 갈수록 죽음으로 인한 이별에 대한 정신의학(감수자 김건종님이 정신과 전문의) 내용이 많아서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인생수업> 느낌도 나네요. 펫로스를 앞두거나 경험한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이 되는 지식들도 많습니다.
반려동물을 들이자고 조르는 아이들이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펫의 짧은 수명과 죽음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 읽게 하거나, 책의 내용을 부모님이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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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쪽
수의사의 자살률은 의사보다 2배 이상 높고 일반 국민보다는 약 4배 정도 높습니다.
107쪽
동시에 우리는 반려동물의 모든 것을 엄마처럼 보살펴야 합니다. 먹을 것을 챙겨주고, 물을 갈아주고, 산책을 가고, 잘 곳을 만들어주고, 주사를 맞히는 등 이 모든 일을 우리가 직접 해주지 않으면 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어리든 늙었든 우리는 반려동물에게 말 그대로 '엄마'가 됩니다.
127쪽
"파이팅"이란 말과 함께 밝게 웃어주는 것 역시 '너는 아프구나. 다행히 나는 안 아파'라는 의미이거나, '그만 징징대 줄래? 좀 지치거든?'이라는 뜻으로 들릴지도 모릅니다. 사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우리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격려하고 싶은 사람이 위로하려는 상대가 아니라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느라 무겁게 가라앉은 나 자신일 때가 많습니다. 너무도 슬퍼하는 상대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 때문에 우리는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그래도 내가 뭐라도 좀 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입니다.
129쪽
슬픔은 병리가 아니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당장 절제해야할 종양 덩어리가 아니라 천천히 소화시켜 나의 일부로 만들어야 할 재료입니다. 이렇게 관점을 바꿔본다면 우리는 슬품 앞에서 당황하거나 무력해지지 않고, 그 곁에 가만히 함께 앉아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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