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67화 : 전기인입, 아름다운 나의 농막
친절한 한국전력공사가 아침 9시에 딱 맞춰서 알림톡으로 전기공급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려주네요.
퇴근하고 집에 들러서 전자레인지와 주방도구 등 살림살이를 잔뜩 챙겨서 와보니 지난 번에 빈 상자였던 안쪽에 전력량계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 안내받았던대로 거의 3주가 걸린거죠.
원래 전력량계함을 따로 설치할까도 고민했는데 어차피 지금도 전신주에 전력량계가 매달린 상태라 잘 안보이는데, 굳이 20만원을 더 내고 따로 세워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처음에 문의드렸던 전력량계 거치대 설치는 안하기로 하고 대광전기 사장님께 전기인입비용 80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공중식으로 했을 때는 70만 원이니 지중식으로 인해 추가된 금액은 10만 원에 불과하네요. 이웃밭에서 몇 년 전에 농업용 전기를 인입할 때는 60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소나기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화분에 물을 주는데, 지난 주엔 멀쩡했던 유실수 중에서 한 그루의 줄기 하나가 뼈대만 남았네요. 왜 그런가 살펴보니 나비(혹은 나방) 애벌레들이 죄다 먹어 치웠더만요. 현행범 오남매를 검거했습니다.
미니사과나무에도 온몸으로 ‘만지면 너 큰일날꺼임!’이라는 느낌을 풍기는 송충이 사촌같은 큰 애벌레가 붙어 있어서 이 녀석도 물줄기로 날려줬고요.
밝을 때 옥수수 모종 주변의 잡초들을 좀 뽑고, 챙겨온 농막 가재도구들을 정리해보니 금세 어둑어둑해지네요.
드디어 기다렸던 순간입니다. 배전반의 전원스위치를 올리고 기분좋은 촉감을 즐기며 르그랑 아테오 스위치를 눌러 전등을 켰습니다.
욕실옆 2구 스위치로는 주방 LED 매립등 1개와 욕실 LED 매립등을 조작하고, 거실 2구 스위치로는 LED매립등 2개와 Octo 4241 펜던트 조명을 조작하지요.
주방에 1구 LED로는 너무 어둡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마룸 정실장님 추천대로 1구로 충분했습니다. 흔한 LED매립등의 쨍하고 차가운 느낌을 안좋아하는데, 섬세한 디자이너이신 정실장님께서 색온도를 4,500K로 맞춰주셔서 넘 좋네요.
Octo4241엔 필립스 Hue 4.0 블루투스 전구를 끼워넣었으니 밤이 깊어가고 술이 차오르면 LED등을 끄고 밝기 조절해야죠.
사방이 어둡고 조용한 농막에서 욕실등을 켜고 비데 위치와 분사압력을 설정해준 다음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서 냉장고가 차갑게 식혀둔 콜라 한 캔을 땄습니다.
여분의 아이폰으로 핫스팟을 만들어서 홈팟 스피커를 설정하고 문과 창문을 닫고서 아파트에선 시도도 못해본 최고 음량으로 음악을 들으니 다 이룬 느낌이네요.
혹시 민폐일까 몰라서 농막 밖에서 들어봤는데, 밖에서 들리는 음량은 놀라울 정도로 작아서 두런두런 낮게 대화나누는 정도였습니다.
경량목구조(구조재는 금속인 하이브리드)라서 흡음성이 좋은 목재의 특성이거나 기밀성 있게 시공이 잘 된 덕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후자라면 차음뿐 아니라 단열도 잘 될듯 싶고요.
저는 다락을 포기하고 욕실 윗공간을 벽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마룸 정실장님께서 추천해주셔서 구매한 알루미늄 안전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서 벽장 공간에 물건들을 넣었는데, 보시는 것처럼 캠핑의자 2개와 캠핑테이블, 야전침대와 침낭을 수납했고, 반대편에는 에어컨 배관 몰딩과 페인트도구 등 수납함과 화장실 휴지 대용량팩을 넣고도 충분한 공간이 남네요. 나중에 집에서 이불과 베개를 가져와서 넣어야죠.
아직은 설치하기 전이지만 에어컨 실내기 설치공간도 깔끔하게 매립되어 있어서 좋고요.
아무튼 정신으로 시작한 저를, 여기까지 무사히 오도록 이끌어주신 엘리펀츠 건축사사무소 이양재건축사님, 그리고 전남 함평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고의 프리미엄 이동식주택 제작회사 마룸의 정혜성실장님과 이상철 대표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68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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