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68화 : 통삼겹 훈연 BBQ 입주식
전기까지 들어왔으니 드디어 꿈꿨던 BBQ 파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접 훈연 BBQ를 유튭으로만 배운 상태라 망해도 너그럽게 이해해줄 직장 내 친한 분들 금요일에 초대했죠.
어제 퇴근 후 코스트코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서 통삼겹(하면 생각나는 페친님이 ㅋㅋ)에 스테이크 시즈닝을 발라 냉장고에 넣어뒀습니다. 집 앞 슈퍼에서 토닉워터에 타마실 소주와 야채도 좀 샀고요.
오늘을 위해 오전 반차를 쓰고 집에 들러서 BBQ 준비물들을 챙겨 공주로 갔습니다. 나머진 다 농막에 있으니 먹거리만 챙겨오면 되네요. 187리터 냉장고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사온게 다 안들어가네요.
유툽에서 배운대로 차콜 바스켓에 착화제를 넣고 차콜이 활활타서 하얗게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을 부은 스테인리스 통을 넣고 고기를 올렸죠.
알아서 잘 되겠거니 하고 호박도 3개 따고, 강한 땡볕에 시든 호박넝쿨과 과일나무들, 옥수수 모종에 물을 주고 와서 보니 온도가 140도 정도로 생각보다 낮네요. 180도를 유지하라던데. ㅠ.ㅠ
차콜을 더 태워서 숯자리에 넣고 야채랑 소시지, 새우도 올려서 굽기 시작합니다. 방문객들이 곧 도착하시거든요.
저 멀리 농막의 첫 손님들이 오시네요.
온도가 안올라가는 바람에 고기 굽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레스팅은 생락하고 바로 자릅니다. 간접열로 훈연한 BBQ는 처음인데 촉촉하니 생햄의 느낌이 나네요.
잘된 건 아닌 듯 싶었지만 다들 괜찮다고 맛있다고 해주신 ㅎㅎ
해가 거의 8시에 지다보니 저녁 때여도 에어컨이 없는 실내는 더워서 키 높은 농막의 동쪽 바깥 그늘에서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술을 마셨습니다. 역시 밖에서 마시는 기분이!
맥주에서 일본의 달달한 청매실 절임을 넣은 소주 토닉으로 갈아타니 가벼운 여름 술로 딱이네요. 잔 안에 이끼볼같이 생긴 청매살알이 통통거리며 움직이는 모습도 재미있고요.
두 번째 삼겹살 팩은 텍사스 오스틴의 단독주택에 사셨던 숙련된 텍산 선배가 착화제를 차콜 바스켓에 넣는게 아니라 바닥에 깐다는 것부터 가르쳐주셔서 많이 배웠네요.
그런데 제가 산 코스트코 차콜이 3년 전에 사서 쓰고 남은 거라 그런지 화력이 약하고, 그나마 차콜이 다 떨어져서 이번에도 180도 유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술 마시고 정안천변 산책하고 오는 동안 오래 익히니 잘 되네요. 이건 제 아내와 선배님들이 집에 가져가시는 용으로.
그런데 고기 굽고 담배 피우느라 수시로 사람이 드나들다보니 주름 방충망을 걷어버리고 있었더니 파리들이 엄청 많이 들어오는군요.
방문객들이 다 가신 다음에 전기 모기채로 열심히 쫒아다니면서 열 마리를 잡았는데도 그만큼 더 있네요.
전기모기채로 잡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고, 제가 계속 쫓아다니니 높은 천장에 딱 달라붙어서 저를 놀리다니. 농막에 분무형 살충제도 필수품인 것 같습니다.
다 치우고 나서 3만 원 넘는 프리미엄 요금으로 카카오 대리를 불러봐도 콜이 없네요. 예상했던 바이고, 술도 많이 안마셔서 샤워하고, 웹툰도 보면서 술이 깨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첫 방문객분들은 제가 돈을 얼마나 쓴지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이었는데, 농막의 디자인과 높은 층고, 배치, 동쪽의 화폭같은 큰 고정창, 넓고 편리한 화장실, 놓은 가구들을 보시고는 그 돈을 들인 값어치가 있다고 해주시니 덕담이지만 기분이 좋네요.
배전함을 가리기 위한 육심원 테이블 매트 ㅋ
(69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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