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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 닭장 준비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2. 3. 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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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 닭장 준비

 
오늘도 포근한 겨울날이네요. 농막 고정창 밖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야산엔 사적 제460호로 지정된 수촌리 고분군이 있습니다. 한성 백제시대에 조성되었고 금동모자와 신발이 발견된 걸 보면 이 근방은 마한의 한 소국이었다가 백제에 합류한 것 같아요.
 

제 밭이 도시계획상 가축사육제한구역이긴 하지만 <공주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제3조 제2항 제5호 후단에 따라 소, 말, 젖소, 돼지, 개, 양, 사슴은 5마리까지, 닭과 오리는 20마리 이하로 사육 가능합니다.
 

일주일에 두어 번 오는 상황에서 사료와 물을 챙겨두면 알아서 잘 먹고 지내는 건 닭과 오리 뿐인데 오리는 헤엄을 치게 해줘야 하고 계속 꽥꽥 거려서 농막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반려가축은 닭 뿐입니다. 아니면 취미 양봉 정도만 가능하죠.
 
예닐곱살 무렵부터 보성군 외갓집에 있는 대나무로 만든 비좁은 닭장에 들어가서 닭을 쓰다듬는다고 쫒아다녔던 저와 달리 아내는 닭이 징그럽다고 질색을 했습니다.
 
다양한 애완 닭 품종 사진이나 직접 키운 닭이 낳은 달걀도 얻을 수 있다고 공략해도 절대 안된다고 하는 걸 여러가지 조공을 바친 끝에 겨우 허락받았습니다.
 
로망과 달리 닭을 방사해서 키우면 텃밭이나 이웃밭의 채소를 쪼아 먹거나 온갖 곳에 냄새가 고약한 똥을 싸놓습니다. 매나 독수리, 개나 고양이, 삵, 족제비, 너구리 등이 물어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전 작은 닭장에서 4-5마리를 키우면서 닭장과 연결되는 운동공간인 치킨런을 붙여주려고 합니다.
 
일단 닭장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찾아보니 각관에 샌드위치판넬이 닭이 거주하기엔 젤 쾌적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목공을 못하니 예쁜 닭장들을 직접 만들 수가 없네요. 사려고 하니 부피때문에 예상외로 비용이 비싸고요.
 
그러던 차에 당근마켓에 2만원으로 올라온 이케아 쿠라 벙커침대 프레임을 보니 이걸 닭장 뼈대로 쓰면 되겠다 싶네요.
가로 2.1m 세로 1m에 높이 1.16m라 4-5마리가 지내기 적당합니다. 어차피 닭장 안에선 잠만 잘테니까요. 지붕은 따로 만들어야 하지만 프레임 사방에 방수합판을 붙여서 만들 수 있는 것만 해도 닭장 제작이 훨씬 쉬워지니까요.
 
손재주가 없어서 쿠라 침대 조립에도 한참 걸렸지만 만들고 나니 뿌듯합니다. 하단은 막아서 사료 같은 자재 보관 공간으로 쓰고 닭들은 사다리 만들어서 올라와서 위에서 자게 하려고요.
조립하느라 힘들었으니 점심은 간편식 갈비탕을 데워먹으려고 하는데 고기가 두 점 밖에 안들었네요. 이태리 토분에서 겨울을 난 대파 두 개를 썰어서 넣었더니 그나마 먹을만 합니다.
게다가 가을이 아버지 김선생님께서 직접 수확한 고구마 찐 걸 가져다주시더니, 잠시 후엔 간만에 왔다고 저온창고에서 배추, 무, 고구마까지 챙겨주시는.
(108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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