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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한영]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2022)

독서일기/스포츠

by 태즈매니언 2022. 3. 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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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곽한영, 2022)
2021-2022 여자배구 시즌이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보고자 했음에도 막바지에 7개 팀 중 2개 팀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해 어제 우승팀없이 리그가 종료되었습니다. 우승 확정에서 승점 1점을 남겨둔 상태로 트레블을 노렸던 1위 현대건설팀이 참 아쉽게 됐죠. 도쿄올림픽 4위에 빛나는 한국 여자배구팀의 인기로 인해 팬더믹만 아니었더라면 구름관중이 찼을텐데 말이죠.
저는 어릴 적 장윤창, 마낙길, 임도헌 선수 등 실업 남자배구를 재미있게 봤고, 94년 월드리그 공격수 1위에 빛나는 남자배구의 스타 김세진 선수의 시합을 보러 친구들과 광주 염주체육관에 갔던 기억도 납니다. 대륙간 라운드를 지방도시에서도 개최해준 덕분이죠. 현장에서 보는 배구코트는 생각보다 넓었고, 가깝게 보였으며, 남자선수들 팡팡 꽂는 서브와 스파이크의 위력은 무시무시했습니다.
워낙 스포츠에 젬병이라 고교시절 배구 리시브 실기 점수는 엉망이었지만 실기연습을 핑계로 거의 3개월 동안 체육시간마다 배구 연습을 하는 건 즐겁더라구요. 축구나 농구, 육상같은 종목들은 신체능력에 따라 실력 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못하면 민폐 수준이다보니 실수하면 수컷들 사이에서 굴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배구는 신체 접촉이 없고 수준별로 팀만 나눠서 연습하면 어쩌다 리시브 한 번 잘해도 같은 팀의 칭찬을 듣다보니 저같은 사람도 재미있게 했습니다. 네트가 너무 높아서 스파이크가 없으니 랠리가 이어지는 재미도 컸고요.
저자 곽한영 교수님은 교사들에게 사회과목을 가르치시는 분인데 배구팬으로 작년에 열렸던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경기를 분석한 글을 통해 널리 알려진 분이죠. 저도 이 분의 연재글을 몰아 읽으면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왜 대단한지, 우리가 당시 멤버로 4강에 든 게 얼마나 좁은 가능성을 뚫은 쾌거인지 봤던 기억이 납니다.
배구의 탄생과 규칙부터 배구 입문자를 위한 기본 지식들,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팀의 경기 복기와 세계 배구의 흐름까지 체육 전공자가 아닌 이들이 배구에 관심을 가졌다면 딱 적절한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저도 이 책 덕분에 배구를 보는 눈이 더 생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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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쪽
화면으로만 경기를 보다보면 선수들이 마치 게임 안에서 움직이는 픽셀이나 캐릭터처럼 느껴져서 누구, 누구라고 이름을 마구 부르면서 잘하느니 못하느니 함부로 말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선수들을 보면 당연하게도 그들 모두가 별개의 인격이고 나와 동등하게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함부로 말하고 평가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205쪽
대개 배구 경기를 보다 보면 시선이 공을 따라서만 움직이기 쉬운데, 의식적으로 공이 없는 곳, 반대편 코트에서 숨을 쉬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포메이션을 변경시키고 있는 수비수들을 보는 것도 이 스포츠의 묘미다. 동시에 이 수비수들을 속이고 타이밍을 뺏기 위해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공격 커버를 위한 위치를 계산하는 공격 진형의 나머지 선수들을 눈여겨보면 훨씬 더 깊은 배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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