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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루이스/윤동구 역] 머니볼(2003)

독서일기/스포츠

by 태즈매니언 2016. 7. 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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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괜찮았지만 이렇게 훌륭한 논픽션을 모르고 넘어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원래의 부제가 The Art of Winning an Unfair Game이었구나. 보통 다르는 세이버매트릭스(SABR: 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에서 따왔다고 한다.) 기법을 통해 구단을 운영한 부분이야 여기저기서 귀동냥을 했었다. 하지만 빌리 빈 단장이 메이저리거 출신이었던 걸 전혀 몰랐기에 그의 선수시절 일화들도 흥미있었다. 뛰어난 재능이 있었던 자신의 쓰라린 경험들이 있었기에 보통의 선수출신 스탶들과 다른 관점으로 보고 확신을 갖고 밀어붙일 수 있었던 듯 싶다. 


이 책의 그저 빌리 빈 단장과 세이버 매트릭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분야의 숙련된 경험자들까지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직관적이지 않지만 합리적인 분석을 하는 뛰어난 소수가 다른 사람들의 악평 속에서 하나하나 작은 승리들을 쌓아올려 주어진 제약조건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게 해줘서 계속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이야기>에서 '천재는 그 개인에게만 보이는 '새로운' 사실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누구나 뻔히 보면서도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던 '기존의' 사실을 깨닫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빌리 빈과 빌 제임스도 가이우스 카이사르와 같은 사람이었다. 

천재하고 거리가 먼 어중간한 먹물-나같은 사람-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 이런 부분이다. 야구 좀 봤거나 해봤고, 스카우팅 리포트나 전문가들이 쓴 글들 많이 읽어서 나름 충분히 안다는 생각에 한 마디 거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편향적인 사고에 빠져있고, 자신의 게으른 분석에 만족스러워하고 있는지. 저자 마이클 루이스가 보여주는 부끄러운 군상들을 보면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책을 읽고서 빌리 빈과 폴 디포데스타는 국외자인 저자 마이클 루이스가 자신들이 성공해온 핵심적인 비결과 내부 시스템의 운영방법 들이 책을 통해 공개되는 것을 왜 반대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졌다. 이미 세이버매트릭스가 자신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업체들은 돈만 지불하면 어디든 팔 준비가 되어 있기야 했다지만 아직도 자신이 노리는 선수와 팔 선수를 두고 벌인 단장들 사이의 바로 2년 전의 전화통화를 통한 흥정까지 책에 담을 수 있게 해준 것이 순전히 아량 때문이었을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는 소속 변호사들이 학회 발표를 하거나 논문을 쓰면 왜 돈 받고 팔아야 할 노하우를 그렇게 공짜로 공개하냐고 타박하는 문화가 있다던데. 


이미 빌리 빈 단장은 자신들의 경쟁자들과 한 단계 더 차이를 벌렸다고 생각한 걸까? 찾아보니 2007년 이후의 오클랜드 어슬래틱스는 상대적으로 침체기라고 하더라. 작년에 운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는데 야구단 운영을 잘 몰라서 권한의 측면에서 승진이 맞는지 궁금하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빌리 빈 자신은 머니 볼 이후에 올 변화를 전망해달라는 말에 이미 대중화가 돼버린 머니볼 이후 새로운 성공을 위한 전략으로 이른바 "메디신 볼(Medicine Ball)"을 꼽았다. 빌리 빈의 말에 의하면 "현재 스포츠 업계에서 가장 비능률적인 부분은 의학적인 부분이며 부상을 줄여 선수들의 경기력을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야구에 있어서 다음 개척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봄철 시골 도랑의 흙탕물을 들여다보면 빈약한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어 대는 올챙이 무리들이 여기저기 널렸다. 대부분의 올챙이들은 뚱뚱한 몸을 특별한 방향없이 힘겹게 끌고다니며 여기저기로 움직여댄다. 올챙이들을 좀 오래 들여다보면 움직이는 반경이 별로 넓지 않다는 걸 알게된다. 이 책은 그런 대부분의 시장의 플레이어들 틈바구니 속에서 대담한 접선을 그어가며 극한으로 수렴해가면서 시장의 균형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소수는 어떤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어떻게 생각하며,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행동으로 보이고 성과를 만들어내는지 잘 보여주는 빼어난 책이다.   


곁다리지만 유명대학 간판이나 빽이 있는 것도 아닌 실패한 메이저리거 출신의 빌리 빈이 1993년 프런트에서 처음으로 일하기 시작해서 1998년에 단장으로 취임했다는 사실도 놀랍더라. 우리나라 프로야구 단장들은 대기업 계열사 사장자리로 취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말이다. 시장의 균형도 아름답지만 완전경쟁에 가까운 큰 시장 자체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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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쪽


1995년부터 앨더슨은 어슬레틱스 구단의 조직문화 전체가 출루율이라는 단일 통계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의 새로운 관점에 따르면 점숨의 획득은 기술이나 재능이라기보다는 생산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였다. 때문에 이러한 생산과정을 일상적인 것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모든 선수들이 생산라인에 위치해 자기 몫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지금보다 훨씬 작은 대가를 치르고도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110쪽


"야구의 실책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아마 다른 운동 종목에서는 찾기 힘든 분야로, 오로지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랬어야 좋지 않았을까'를 따진 뒤에 그것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것은 야구에서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며 일종의 사이비적 도덕성까지 지니고 있다. (후략)"


117쪽


제임스는 이렇게 적고 있다. "문제는 야구의 성적 통계란 것이 수비 전수와 공격 선수 간의 순수한 대결의 결과가 아닐 때도 있다는 것이다. 선수의 성적 통계는 주변 상황과의 결합이란 조건이 전제되는 선수들의 성과일 뿐이다."


208쪽


행운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음 마치 2루타라는 개념에 플라톤적인 이데아를 부여하는 것과 같다. (중략) 10년간의 자료에서 2루타에는 8,642가지의 동일한 방식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그렇게 날아간 공 가운데 92%는 2루타가 되었고, 4퍼센트는 1루타가 되었으며, 4%는 야수에게 붙잡혔다. 이 때 이 경기 장면의 평균가치를 0.5점(0.55*0.92)이라고 할 때, 폴의 시스템은 그 타자가 0.5점을 만들어냈고, 투수는 0.5점을 잃은 것으로 인정해주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404쪽


"(전략) 엄연히 수학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아무리 증명하더라도 어리석은 누군가의 요구 때문에 또다시 그것을 반복해야 하는 게 문제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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