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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타니 가이, 다카구치 고타/박성민 역]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2019)

독서일기/중국

by 태즈매니언 2023. 7. 1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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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2019년에 나온 책이긴 한데 아직도 마이넘버 보급을 위해 노력 중인 나라의 국민이 본 시각이 태어날 때부터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된 나라의 국민보다 신선할 것 같았습니다. 중국을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 국가로 보는 시각이 식상하기도 했고요.
한국은 자가 진료비 2천원 부담 때문에 자기 자식을 꼼꼼하게 치료해준 소아과 의사를 폐업하게 만든 진상 부모가 아무런 불이익 없이 생활하는 나라죠. 이처럼 소비자에 의한 일방적 평가만 존재하는 나라에서 ‘사회 신용도/평판 점수’에 기반한 개인에 대한 정보를 표출하는 것의 사회적 효능이 꽤 크다고 느꼈으니까요.
다 읽고 보니 적절한 책을 잘 골랐다고 생각됩니다. 중국 공산당이 민감해하는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과 언론통제 부분을 제외하고는 공리주의 시각에서 원자화된 개인들의 계약 이행정보, 법령 및 판결 준수 정보, 질서위반행위 범칙 정보가 공공재로 제공되서 누구나 손쉽게 조회하고 확인할 수 있다면 진상들이 활개칠 여지는 훨씬 줄어들테니까요.
공공기관들 또한 이러한 사회 신용도 점수를 공유해서 진상들에 대해서는 공공서비스 제공 수준을 제한하는 것도 우리나라 정부와 공공기관 민원창구에서 진상짓을 하는 일부 사람들을 생각하면 효과가 좋아 보입니다.
다만, 최소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의 사회신용도 빅데이터들의 관리나 특정 목적을 가지고 만든 알고리즘을 사적 이용이나 변조하는 행위를 견제할 수는 있을텐데, 중국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니 지금처럼 유교적 덕치와 이상적인 법가 통치를 잘 섞은 시스템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높은 사회 신용도 점수가 개인들에게 유의미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할텐데 중국 전국이나 성 정부 이하의 지자체들에서 구현하는 시스템이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는 미약해보이고요.
무엇보다 사회신용도 점수 시스템을 극한으로 밀어붙여서 국민들을 소위 ‘재교육 센터’에 입주시켜 강제로 공장 생산직으로 단순작업을 시키는 신장/위구르의 사례를 보면 그 파국이 우려된다는 저자들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한국은 이미 핵가족 외의 1차 집단이 없어져서 공중도덕을 지킬 유인이 너무 낮아졌다고 샹각합니다. 그래서 개인이 아닌 온라인 거래 상대방들이 제공한 개인 사회평판지수를 취합해서 공시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위 헌법상 ‘알 권리’에 기반해서 기업공시나 학교알리미처럼 온갖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수시로 계약을 불이행하고, 저녀의 양육비를 미지급하고, 질서위반 행위로 과태료나 범칙금 납부 실적이 많은 사람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 제공되면 날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일어나는 현대판 멍석말이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요? 판결을 받아도 집행이 어려운 사법시스템의 구멍을 메꾸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을듯 싶습니다.
예를 들어 주택가 이면도로에 무단주차하거나 박차지가 아닌 인적이 뜸한 도로변에 박차한 대형 화물차 차주들에게 자동차보험료를 할증하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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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쪽
감시카메라망 프로젝트가 성공한 사례 중 하나가 2017년에 선전시 룽강구에서 벌어진 유괴사건이다. 룽강구의 감시카메라망은 화웨이가 구축했다.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은 유괴된 아이의 특징을 AI 감시카메라망에 입력해 바로 아이와 유괴범이 있는 곳을 바로 알아냈다. 그 결과 아이는 유고된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부모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81쪽
즈마신용의 이용자들은 너도나도 “즈마신용 점수는 문제가 없는 인간인지 아닌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즈마신용 등의 신용점수가 토큰 이코노미와 다른 점은 점수가 올랐다가 내렸다가 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즈마신용은 이용 시 SNS상의 친구 관계나 학력 등도 입력하길 요구하는데, 어느 정도의 중요도로 점수를 계산하는지는 공표하지 않는다.
83쪽
(중국의 모든 기업과 개인에게 부여한) 신용코드는 호적제도와 연계된 신분증에 이어, 소위 제2의 아이디라고 할 수 있다. ‘신용중국’이라는 공식 사이트에서 이 신용코드를 사용해 검색하면 각 기업과 개인의 신용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85쪽
(중국 공산당의 기관, 관청, 중국철로총공사 등 44개 공공기관이 합동으로 발표한) <신용불량 피집행인 합동 징계에 대한 협력 각서>(2017)에는 55개 항목이 규정되어 있다. 그 중에는 비행기와 열차의 일등 침대칸과 선박의 이등 선실 이상은 이용할 수 없고, 1성급 이상의 호텔이나 나이트클럽, 골프장에서 소비를 금지하고, 학비가 고액인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못한다는 항목이 있다.
130쪽
(웨이보에 도입된 신용점수는) 80점부터 시작하는데 글이 엉터리라고 판단되면 5점이 깎인다. 75점 이하가 되면 ‘추천 유저’와 ’추천 글‘ 표시를 못 받고, 60점 이하로 떨어지면 팔로우나 리트윗이 되지 못하게 된다. 40점 이하가 되면 글이 다른 유저의 눈에 띄지 않게 된다. 즉, 강압적인 삭제와는 달리 유저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검열하게 하는 구조다.
그런데 깍인 점수를 회복하는 방법이 놀랍다. 보통 7일마다 1점씩 회복하는데, “조국을 열애하는 일을 영광으로 여기고, 조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수치로 여긴다.“라는 문장을 말하면 7일의 회복기간을 하루 단축할 수 있다. ’매일 1선 기능’이라고 하는데, 부적절한 발언을 한 유저가 마음를 바꿔 프로파간다적인 글을 올리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게다가 부적절한 발언을 찾아서 통보하면 1점을 회복하는 시스템도 있다. 적발된 쪽을 적발하는 쪽으로 바꾸는 것이다.
178쪽
알고리즘적 통치성은 “아무도 감시하고 있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것이 감시되고 행동이 추적당해 규제될 수 있는 ‘스마트’한 체제 안에 놓여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알고리즘에 의해 꼼꼼히 다뤄져 인공지능으로 관리되고 생활은 자동화되어 모든 것이 스마트화된 유리 감옥 세계”와 같은 통치 형태를 말한다.
214쪽
분명 기슬을 이용한 관리 감시의 철저화로 신장에서 폭력적인 충돌 사건이 표면적으로는 자취를 감추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죄를 짓지도 않은 다수의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고 고통을 주면서까지 그러한 치안 강화를 실현하는 일이 과연 정말로 ‘정당’한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등에 대한 물음은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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