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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이영미 역] 화차(2012)

독서일기/일본소설

by 태즈매니언 2014. 1. 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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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끼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같은 제목의 영화를 봤을 때 김민희씨 연기가 정말 압권이었고, 변영주 감독의 미장센도 훌륭했었다. 그래서 원작소설로도 한번 읽어보려고 했던 걸 이제야 읽었다. 90년대 일본의 버블붕괴와 신용불량자들, 신용카드 대란과 소비자금융..이런 것들이 지금 이 땅에서 아주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더 재미있게 읽었다. 관련된 법률 이야기도 소소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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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쪽

대형 도시은행에서 학생용 신용카드를 발행한 지 올해로 딱 이십년째인데, 그 이십 년 동안 어느 대학교가, 고등학교가, 중학교가 이 신용사회에서의 올바른 카드 사용법을 지도했습니까? 그것이야말로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일인데 말이죠. 어느 도립 고등학교에서는 졸업을 앞둔 여학생들을 모아 메이크업 강습을 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멋을 부릴 여유가 있으면 신용사회로 나가는 데 필요한 기초 지식을 가르치는 강습도 같이 해야 옳은 거 아닙니까?

169쪽

난 말이죠, 강의 같은 데서 '어쨌거나 야반도주를 하기 전에, 죽기 전에, 사람을 죽이기 전에 파산이라는 수단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십시오.'라고 이야기합니다. 청중들은 그걸 듣고 웃죠. 그러나 이것은 결코 웃을 일이 아닙니다. 파산에 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직장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호적이나 주민표를 옮기면 빚쟁이들에게 발각되니까 아이 학교도 가입학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숨죽이고 살아가는 거죠. 한 예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청소 작업을 하는 노동자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이 섞여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어요. 과거를 숨겨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 '버려진 이들'이 이삼십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도저히 두고 볼 수만은 없죠.

345쪽

"옛날에는 자기 착각대로 살아볼 만한 군자금이 아무한테나 없었잖아요? 그런 군자금을 투입할 대상도,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요인도 적었고요. 예를 들자면 미용도, 성형도, 강력한 입시학원도, 명품들을 늘어놓은 카탈로그 잡지도 없었으니까."

후미에는 담뱃불을 붙이는 것을 어느새 잊어버렸다.
"그렇지만 지금은 별 것 아니에요. 꿈을 꾸기로 마음먹으면 간단하죠. 하지만 그러려면 군자금이 필요하고, 돈이 있는 사람이야 자기 돈을 쓸테죠. 그러니까 자기 돈 없이 '빚'이라는 형태로 군자금을 만드는 사람은 쇼코처럼 되는 거예요. 그애한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넌 설령 자전거조업으로 돈을 빌리더라도 맘껏 쇼핑하고, 사치하고, 비싼 물건에 둘러싸이면 네가 꿈꾸던 고급스러운 인생을 실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행복했던 거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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