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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뿌쉬낀/석영중 역] 대위의 딸(2009)

독서일기/유럽소설

by 태즈매니언 2014. 2. 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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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십년쯤 전에 <대위의 딸>이 푸가초프 농민전쟁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라는 책 추천을 얻어들었다. 당시에는 적어도 한 500페이지는 되는 대하소설이겠구나 싶어 제쳐뒀었고. 그런데 유시민씨의 <청춘의 독서>와 얼마 전 읽은 김연수씨의 소설 <밤은 노래한다>덕택에 이제서야 읽었다. 분량이 이 정도라는 걸 알았더라면 진작 읽었을 것을. 

어찌보면 푸쉬킨이 아니라 러시아의 민담에 살을 붙인 것 같아서 러시아판 춘향전인가 싶은데 푸쉬킨이 황제의 시종장같은 광대노릇까지 했어야 했던 당시의 검열을 고려해서 읽어야 한단다. 

막장드라마에는 진절머리를 치면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연속인 민담같은 이 소설은 왜 좋았는지 스스로 신기하다. 아마도 충실한 하인 시벨리치, 이반 꾸즈미치 대위와 용감한 부인 바실리나와 같은 선량하고 소박한 등장인물들이 막장드라마엔 없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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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버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잘 가라, 뾰뜨르야. 충성을 맹세한 사람한테 성심껏 봉사해라. 상관에게 복종하되니 비위를 맞추려고 안달하지는 마라. 근무에 얽매이지도 말고 요령을 피우지도 마라. 속담에도 있듯이 옷은 처음부터 곱게 입어야 하고 명예는 젊어서부터 지켜야 하느니라."

103쪽

"거 보세요, 도련님. 제가 그 악당놈에게 떼를 쓴 보람이 있잖아요. 그 도둑놈도 아마 양심에 찔리는 구석이 있었던가 봅죠. 물론 이 말라빠진 바퀴끼르 말 한 필과 양가죽 외투를 합쳐 보았댔자 악당놈들이 우리한테서 훔쳐 간 물건과 도련님이 그놈한테 자진해서 주신 것의 반 값도 안되지만, 어쨌든 요긴하게 쓸 수 있게 되었군요. 미친개한테서는 털이라도 한 줌 뽑으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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