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김선생님께서 보내신 문자가 와 있네요. 블랙 마란 수탉녀석이 결국 백봉오골계 한 마리를 또 죽였다고요.
입춘이고 날이 꽤 풀렸습니다. 다음주는 구정연휴 주간이라 밭에 가는 김에 공주시장에 들러서 필요한 걸 미리 사놓습니다. 2월은 구정연휴가 있어서 지역화폐인 공주페이의 할인비율이 12%로 올라갔고, 월간 구매한도도 150만 원으로 상향되어서 쇼핑하는 보람이 있네요.
그간 격조했던 가을이를 위한 고급 사료와 산란계 사료 25kg 두 포대를 먼저 샀습니다.
그리고 봄모종 재배용으로 상토도요. 뒷좌석을 접고 가득 실으니 SUV를 산 보람이 느껴집니다. 가을이는 건강하게 올 겨울을 났습니다.
그 사이에 뒷집 김선생님께서는 보강토 옹벽을 5단 더 쌓으셨네요. 무려 10단의 수직 옹벽입니다.
지난 여름 홍수때 쓸려내려와서 마을 하천에 퇴적된 강모래를 1톤 트럭에 퍼담아서 옹벽에 채워놓고, 빌려오신 트랙터로 밭흙을 밀어 쌓으니 얼추 일이 끝났습니다.
공주시청에서 작년 여름 수해지에 대한 복구지원 일정이 동절기가 끝난 구정연휴 즈음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직접 하셨다는데, 아무리 봐도 70대 중반의 어르신께서 혼자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 끝나네요. 덕분에 제가 쓸 수 있는 밭 면적도 조금 늘어났습니다.
닭장에 수탉이 안보여서 벌써 잡아서 몸보신하셨나 했더니 김선생님네 뒤 뜰에 있더군요. 한쪽 발목에 묶인 노끈이 말뚝에 이어져 있습니다.
작년 3월 2일에 청주의 애완닭 커뮤니티 회원네 집에서 태어나서 1주일을 보냈고, 그 중 여섯 마리가 저희 집으로 와서 50일 동안 중병아리로 잘 자랐죠. 암수 3대3으로 닭장에 넣었는데, 다른 형제 수컷 두 마리를 얘가 쪼아서 죽였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늦여름에 제가 닭장 청소하다가 문을 허술하게 열어둔 틈으로 암탉 한 마리와 도망을 쳤다가 거의 20일 후에 피골이 상접하고, 한쪽 발가락 두 개가 잘려서 절름거리는 상태로 김선생님께 잡혀 닭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 몇 달 동안 골골거리며 암탉들한테 무시당하며 살더니 지난 12월경에는 살이 오르고 꼬리깃들도 윤기가 오르더군요. 그렇게 되자 그간의 괄시에 복수하려는 건지 자꾸 백봉오골계 암탉들과 체구가 작고 약하게 생긴 청계 한 마리를 괴롭히더니 결국 백봉이 두 마리를 죽게 만들었습니다.
한 마리를 죽였을 때 바로 김선생님께 잡아드시라고 했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쳐서 희생자가 한 마리 더 생겼네요. 김선생님네 일을 도와주러 오신 동네 어르신께 키울거면 가져가시라고 했는데, 수탉은 역시 인기가 없습니다.
결국 11개월을 살고 아마 오늘 저녁 때 백숙이 되서 김선생님네 식탁에 오를 것 같습니다. 99%에 달하는 여느 닭들보다가 오래 살았긴 했지만요. 이렇게 수컷 비율이 50%가 나오는 것때문에 달걀에서 부화시켜서 병아리를 키워보고 싶다가도 그 마음을 접게 되네요.
댓글 영역